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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눈 떠가는 소녀의 성장기
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민음사
부제를 길게 붙이자면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데 따른 사춘기 소녀의 인생과 인간 사회의 변화에 대한 고찰’쯤이 되겠다. ‘기적의 세기’는 미국의 신예작가 캐런 톰슨 워커의 데뷔작으로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출간돼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장편소설이다. 어느날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고 밤과 낮이 길어진다는 기상천외하고 공상과학적인 발상을 십대 초반 사춘기 소녀의 성장담으로 차분하고 진지하며 흥미진진하게 풀어갔다.

어느날 일단의 전문가들이 TV를 통해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는 ‘슬로잉 현상’이 일어났다고 발표한다. 처음에는강해진 중력 탓으로 프로야구에서 홈런 타자는 슬럼프에 빠지고, 축구에선 공을 멀리 차는 게 힘들어졌을 뿐이지만, 하루가 40시간이 되고 60시간이 돼 갈수록 폭력과 살인이 증가하고 주식 시장은 급락했으며, 새들과 물고기가 까닭없이 죽어갔고 사람들은 ‘중력병’이라는 슬로잉 증후군을 앓게 됐다. 

그러나 이 소설의 초점은 지구 자전의 변이로 인한 재난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삶과 죽음, 세상과 자아, 관계와 사랑에 눈떠나가는 열 한살 사춘기 소녀 줄리아의 성장담이다. 한때 여배우였던 어머니와 산부인과 의사인 아버지를 둔 소녀 줄리아는 절친한 친구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친구를 맞는가 하면, 짝사랑에 애태우던 남학생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부모의 불화와 갈등을 목도하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지켜보기도 한다. 

줄리아는 “돌이켜 보면 슬로잉은 다른 종류의 변화, 이를테면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물체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더 심각한 여러가지 변화를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슬로잉으로 인해 친구 간의 우정이 흔들리거나 연인 사이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등 미묘한 감정의 행로에 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슬로잉 탓에 내 사춘기가 어땠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내 사춘기는 지극히 평범했고, 내가 느낀 고통은 누구나 경험하는 흔해 빠진 것이었으리라”고 말한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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