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실제운영 사이버 酒립대학 알코올도수 낮춰 소통하고 용량늘려 기업이익 나누고
진중권 교수의 술과 문학강의가 한창이다. 옆 강의실에는 인기 방송작가 유병재 씨가 술자리를 더욱 즐겁게 만드는 비결을 학생들에게 알린다. 초빙교수로 배우 한가인 씨가 나와 직장 상사를 술자리에서 사로잡는 법을 강의한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총장인 대학의 전경이다. 이 대학의 교육목표는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은 술자리에서 배운다”이다.

실제 대학 홍보영상같은 이 광고는 사실 보해양조가 새롭게 출시한 소주 ‘아홉시 반’의 캠페인이다. 주류회사가 설립해 학교명은 ‘아홉시 반 주(酒)립대학’이다. 광고를 위한 가짜 학교가 아니다. 실제 인터넷으로 운영되는 ‘사이버 대학’이다. 진 교수는 정말 주문(酒文)학부를 맡고 있고, 학부과정만 3개에 이른다. 홈페이지를 통해 ‘입교신청’을 한 학생도 2만명에 달한다.

보해양조가 ‘대학’까지 설립하며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아홉시 반’이 기존 소주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소주여서 이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어서다. 일반 소주(19도)보다 알코올 함량을 크게 낮춘 17.5도의 아홉시 반은 용량도 375㎖로 다른 소주보다 15㎖ 많다.

보해양조가 출시한 소주 ‘아홉시반’의 가상 캠퍼스인 아홉시반 주
(酒)립대학 초대총장인 김제동 씨의 취임식 모습. [사진=제일기획]

보해양조 측은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면 그만큼 원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을 고객에게 되돌려주고자 용량을 늘렸다”며 “이러한 진정성을 알리는 방법으로 ‘대학’이라는 컨셉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음주가 아닌 ‘소주’를 통해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술자리’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도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재 아홉시 반 주립대학 홈페이지는 매일 최대 8만 명이 학교 홈페이지에 방문하고 있으며 ‘아홉시 반 주립대학 OO 캠퍼스’라는 이름을 가게에 붙이려는 주점들의 요청도 빗발치고 있다고 보해 측은 밝혔다.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제일기획 서용민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가 인생의 가르침이 된다는 점에서 착안해서 아예 가상의 대학교를 만들고 술에 관련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었다”며 “여기에 추가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용량을 늘린 보해양조의 진정성을 함께 표현하고 싶었다”며 제작 배경을 밝혔다.

한편 아홉시 반의 투명 병에 담긴 비밀도 있다. 소주 용량이 늘어나면 기존에 사용하던 병을 재활용 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해양조가 추가비용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로 제작한 병이 바로 이 투명병이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