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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IS 수도 ‘라카’ 공습…중동정세 ‘게임체인저’
[헤럴드경제=문영규ㆍ강승연 기자]미국이 시리아 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미국 CNN방송과 로이터 등 외신은 미 국방부 대변인이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군과 파트너 국가 군대가 시리아에 있는 IS를 겨냥해 첫 군사 작전을 감행했다”며 “이번 공습에 전투기와 폭격기, 그리고 함대지 토마호크 미사일 등이 동원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이번 공습은 미군 주도하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 아랍 동맹국들이 작전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공습은 이날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9시30분)께 이뤄졌다.

공격대상은 IS가 스스로 수립을 공언한 ‘칼리프 국가’의 수도 라카의 근거지 20여곳을 포함해 총 5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 뉴스는 홍해상의 구축함 알레이버크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공습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페르시아만의 조지 HW 부시함에서 F-16, F-18 등 전투기와 B-1 폭격기, 무인기 등이 일제히 발진했다.

미국과 중동 동맹국은 IS 군 사령부와 보급시설, 훈련캠프, 막사, 병참기지, 수송기지를 전방위로 공습했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 IS 공습을 전격 단행하기에 앞서 이같은 계획을 시리아 정부에 통보했다.

시리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측은 유엔 주재 시리아 대사에게 라카 지역에 있는 테러단체를 겨냥해 공습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고 시리아 국영TV가 보도했다.

▶IS수도 라카 20곳 타격, 20명 사망=IS의 시리아 근거지인 라카 지역 20곳에 대한 미군의 공습으로 IS 조직원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23일(현지시간) 밝혔다.

현지 활동가와 의료진 조직을 갖춘 SOHR은 “국제 연합군이 (시리아) 라카의 IS 본부와 검문소, 기지 등을 공격했다”며 약 20곳을 표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SOHR은 또 “라카의 IS 기지 두 곳에 대한 공격으로 조직원 20명 이상이 숨졌으며 두 기지는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SOHR은 IS 조직원들 사이에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확인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미, 시리아 공습 배경은?=미국이 시리아 공습에 나선 것은 6주째 이어진 제한적인 이라크 공습에도 불구, IS의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이라크 영토의 4분의 1이 IS의 손에 넘어갔고, 전장의 이라크 정부군은 현지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비참하게 최후를 맞거나 IS의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되고 있다.

시리아 북부지역에서는 지속된 IS의 공격으로 20여만명의 시리아 쿠르드족 난민이 피난길에 나서며 국제 사회의 긴급구호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IS의 동맹 세력인 북아프리카 무장단체 ‘준드 알 칼리파’는 알제리에서 프랑스 남성을 납치하고, 프랑스가 이라크 공습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 남성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IS는 지지자들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를 위한 군사동맹에 참가한 프랑스, 호주, 캐나다의 민간인도 살해하라고 촉구했다.

22일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서쪽 시지르에서 이라크 정부군이 IS와 교전하던 중 6차례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40명이 사망하고 68명이 포로로 붙잡혔다고 전했다. 피해를 입은 이라크군은 700명의 병력을 그대로 철수시켰으나 소식이 끊겼다.

일부 병사들은 식량ㆍ식수 보급도 없이 짠물로 버티다 사망했다. 연합정부 의회 의원 알리 베다이리는 사클라위야 기지가 함락된 이후 300명이 넘는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전장에서 탈출한 한 병사는 “병사들이 식량이 없어 4일 동안 굶주렸다”며 “짠물만 먹었고 달릴 수 조차 없었다”며 정부군의 참혹했던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바그다드 시내에선 차량폭탄 테러로 1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동부 상가 밀집지역인 우르에서는 차량폭탄 테러로 12명이 사망하고 최소 28명이 부상을 입었고, 남서쪽 바야 상가지역에서도 차량이 폭발해 4명이 죽고 13명이 다쳤다.

시리아에선 IS가 터키 국경과 인접한 코반(Kobane)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중동정세 ‘게임 체인저’=미국 등 연합군이 시리아 공습을 개시한 것은 IS 소탕 의지를 ‘실력’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미군이 핵심 지도부가 은신한 시리아 근거지를 ‘정조준’함으로써 IS 세력의 위세를 일시적으로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공습 한계론이 대두되고 군 내부에서조차 지상군 투입 주장이 제기되자 시리아 공습 결정을 앞당겨 논란에 쐐기를 박는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치게 유약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다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미국인 두 기자 참수사태 이후 국내 여론이 시리아 공습에 우호적으로돌아선데다, 의회 내에서 초당파적으로 호응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습 한계론, 지상군 투입 논란 여전=하지만 이번 공습이 IS 격퇴를 이끌어내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당장은 IS 세력이 ‘고개’를 숨기겠지만, 지상군 투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또다시발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미국 국내적으로 지상군 투입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서 미군을 지휘했던 경험이 있는 마크 허틀링 예비역 육군 중장은 이날CNN에 출연해 “(IS 인원이) 민간인과 섞여 있는 경우 공습 유도를 위해 지상 병력이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사분석가인 릭 프랜코나 예비역 공군 중령 역시 “이번 (공습) 목표물이 큰 건물이어서 필요 없었을지 모르지만, 움직이는 병력을 정밀하게 공습해야 하는 경우 (지상 유도병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 IS, 외국인질 참수 등 보복 테러 위험 고조=미국의 공습에 맞서 IS는 인질살해와 테러 등 보복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IS는 현재 영국인 인질 앨런 헤닝을 네 번째 외국인 인질 참수 대상으로 경고한 상태다.

IS는 미국 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 연합전선에 참여한 국가들에서도 민간인 살해를 위협해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IS는 전날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대변인이 인터넷에 공개한 음성 메시지에서 지지자들에게 “‘반 IS 동맹’에 참여한 국가의 불신자들을 죽여도 된다”고 요구했다.

그는 “불신자가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상관 없다”며 “어떤 방법으로든 죽여라”라는 극악무도한 지시를 내렸다.

IS의 동맹 세력인 북아프리카 무장단체 ‘준드 알칼리파’도 전날 알제리에서 프랑스 남성을 납치하고 프랑스가 이라크 공습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 남성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IS에 가담한 미국과 유럽 국적의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이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푸틴, 미국 시리아내 IS 기지 공습에 비판적=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공습이 시작되기 전인 22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한 전화통화에서 시리아 영토 내에 있는 IS 기지들에 대한 공습은 시리아 정부의 승인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주재한 국가안보회의에서도 IS에 대한 공습이 국제법의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1일 미국이 시리아 내 IS 기지를 공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외무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동의도 없이 시리아 영토 내 IS 기지를 공습하겠다고 천명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없이 이루어진 이런 행보는 도발행위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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