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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출근길 마지막 호소…“회사가 책임 다할 시간 · 기회 달라”
노조 파업 찬반투표 앞두고…출근길 호소문 직접 배포
경영진 책임 솔직히 인정…“일한 대가 보상하겠다”


현대중공업 해결사로 전격 투입된 권오갑 사장이 현장에 온 몸을 내던지는 소통 경영에 직접 나섰다. 실적 부진과 노조의 파업이란 내우외환에 처했지만 일단 내부 갈등을 치유해야 외부의 도전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 사장은 노조의 파업찬반 투표가 시작되는 23일 오전 6시 20분부터 오전 8시까지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출근하는 임직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또 담화문을 통해서 “지금 우리의 자랑스러운 일터인 현대중공업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며 “회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 사장은 특히 “회사가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은 회사의 잘못과 책임”이라며 “여러분이 열심히 일해 온 만큼 회사는 이익을 내서 최고의 대우, 최고의 직장이 돼야 하지만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실망을 드렸다”며 경영진의 책임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동종업계 어느 회사보다 임직원 여러분이 일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힘을 모아준다면 현대중공업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울산 본사 정문에서 23일 오전 6시20분부터 8시까지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나눠주며 회사의 위기극복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권 사장은 4년만에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하면서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으로부터 위기수습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권 사장의 이날 공개적인 발언과 약속에는 상당한 무게가 실린 것으로 평가된다.

권 사장은 “여러분이 회사를 다시 신뢰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장서서 무엇이든지 다하겠다”며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이야기를 듣고 조금의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겨 나가겠다”고 호소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여온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부터 26일까지 조합원 1만8000여명을 상대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연장을 결정함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사는 25일까지 교섭을 벌이도록 돼 있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노조가 일정대로 파업에 돌입하면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은 깨진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 경기의 불황 속에서 2분기에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한편 권 사장은 노조와의 대화와 함께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찾는 경영진단과 이를 통한 사업 및 조직개편, 인력재배치도 준비하고 있다. 권 사장은 앞서 “무사안일과 상황 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길용ㆍ박수진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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