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월요기획 - 영 리포트] 어학원 · 헬스장 · 뷰티샵…“점심만 먹기엔 시간이 아까워요”
직장인 점심시간 풍속도
운동화 갈아신고 주변 산책·체력 단련
당구·스크린골프로 스트레스 훌훌
직장인 공략 학원 ‘런치 클래스’도 성황
피부미용으로 ‘1시간의 자유’ 누리기도

생기 충만했던 학창시절. 4교시가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면 아이들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미 오래전 점심을 해치워 버린 아이들은 그 짧은 점심시간 동안 온몸을 땀에 적시도록 운동장을 휘젓고 다녔고, 10분만에 밥을 먹은 일부 학구파들은 조용히 ‘수학의 정석’을 꺼내들었다. 기타를 튕기는 아이, 장기판을 꺼내놓는 아이들도 있다. 점심시간은 그런시간이다.

하지만 어디 점심시간이 학생들만의 것이랴. 점심시간 동안 주어지는 한시간의 자유는 나이가 든 직장인에게도 여전한 기쁨이다. 직장인들 역시 12시가 되면 회사밖으로 뛰쳐나가 주어진 한시간 동안 맘껏 활개를 치고, 일부는 영어책을 꺼내들어 열공 모드로 자기개발에 열중하기도 한다. 늙지 않는 점심시간, 헤럴드경제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속도를 소개한다.

▶밥보다 운동=광화문 인근에 있는 직장인들 중 점심시간을 통해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광화문에 사옥을 둔 D사 관계자는 “운동은 공복에 해야 한다며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운동화를 꺼내들고 인사동, 삼청동으로 산책을 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면서, “이들은 운동을 한 뒤 회사로 돌아와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김밥 등으로 점심을 때운다”고 말했다.

‘간 큰’ 일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끝난 뒤, 코스를 조금 넓혀 남산타워까지 걷다가 오기도 한다. 올라갈때는 걸어서, 내려올때는 버스를 타는 식이다. 회사내에 피트니스센터가 마련돼 있다면 점심시간을 더욱 쪼개 쓸 수 있다. 회사내 피트니스센터가 있는 S사 관계자는 “회사내에 피트니스센터와 샤워실 까지 마련돼 있어, 점심시간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한시간 동안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당구를 치러가기도 하고, 스크린 골프를 치러가기도 하고, 학원을 가기도 한다. 점심시간을 맞는 직장인들의 마음은 학창시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사진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청계천 주변을 산책하고 있는 직장인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점심시간? ”우리는 맘껏 논다”=일부 직장인들에게는 점심시간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광화문에 일터를 둔 직장인 이현태(31ㆍ가명) 씨는 요즘 부쩍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 12시만 되면 당구장으로 뛰어내려갈 생각에 머리속에는 당구공이 두둥실 떠다닌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점심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당구장 한 켠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스티커에는 없는 것이 없다. 중식, 돈까스, 한식 웬만한것은 다 배달이 된다.

아직 학창시절의 향수에 젖은 사람들이 당구장을 찾는 다면 돈꽤나 번 차ㆍ부장들은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다. 특히나 주말 필드에서 골프약속이 잡혀 있다면 주중 점심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하는게 필수다. 나인홀까지는 다 못돌아도 절반만 돌면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점심은 스크린 골프 연습장 주인이 챙겨준다.

▶점심시간을 자기개발 시간으로=뭐라도 배워보고 싶은 직장인들. 하지만 언제나 시간이 문제다. 큰맘먹고 영어학원이라도 등록해 놓으면, 회식에, 야근에…, 피 같은 돈만 날리기 일쑤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안. 어느 시간보다 ‘보장’되는 점신시간을 통한 자기개발이다. 일을 암만 시켜도 밥먹을 시간은 주는 게 우리네 풍토니깐.

점심시간에 수업을 열어달라는 직장인들이 요청이 많아지면서 여의도, 강남역 인근에 학원가에서는 직장인들을 위한 ‘런치 클래스’가 생겼다.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1시사이, 수업은 50분간이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회화, 토익, 토플까지 다양한 강좌가 개설중이다. 일부학원에서는 이 시간 등록 수강생들을 위해 김밥, 빵 등 요기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출근 시간이 빠른 편인 증권맨들이 밀집된 여의도의 경우, 새벽강좌보다 런치클래스가 더 인기다. 파고다 어학원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수업을 개설해달라는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다”면서, “ 인근에는 현재 런치클라스가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저는 밥보다 미모를 택하겠어요=점심을 포기하고, 미용과 건강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오피스 인근 뷰티샵은 점심 시간이 대목이다. 예약이 붐비는 시간은 오전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한시간의 시술 시간 동안 잠도자고 피부미용도 하고 일석이조다. 주로 여자들이 많지만, 요즘에는 남성들도 느는 추세다. 계절마다 고객층이 달라지며 가을 문턱에 있는 요즘에는 결혼을 앞둔 여성들이 짬을 내 찾는 경우가 많다.

명동의 피부미용 뷰티샵 스킨스파 장윤경 대표는 “ 점심을 먹지 않고 찾는 여성들을 위해, 샌드위치 등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