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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K, 한전부지 ‘통 큰 결단’ 5가지 배경은…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한국전력 본사 땅을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으로 낙찰받아 온 나라를 깜짝 놀라게 만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통 큰 결정’은 얼핏 황당해 보인다. 하지만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밀한 경영판단의 전형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경영인은 갖기 어려운 긴 안목과 깊은 배려는 기업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총수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없다= 도요타는 일본 고모로시(挙母市)를 도요타시(豊田市)로 바꿨고, 폴크스바겐은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아우토슈타트라는 상징을 갖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자동차산업의 본산 디트로이트 한복판에 멋들어진 사옥을 갖고 있다. 2000년 부랴부랴 마련했던 서울 양재동 사옥은 포화 상태를 넘어 폭발 직전이다. 서울 뚝섬에 추진했던 새 사옥은 규제 탓에 물거품이 됐다. 77세인 정 회장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그룹 랜드마크 설립을 기약하기 어렵다. 서울 시내에 이만한 땅이 나올 곳도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절박감은 정 회장 결단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힌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1일 오전, 현대건설 인수 후 처음으로 계동 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학습효과= 2010년 현대그룹과의 현대건설 인수전. 현대차그룹은 5조1000억원을 써내, 5조5000억원을 적은 현대그룹에 졌다. 현대그룹 자금 조달에 문제가 드러난 덕분에 뒤집기에 성공했지만, 하마트면 현대가의 사업이 시작된 종가(宗家)를 잃을 뻔 했다.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입찰 당시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감정가(3조8000억원)의 배를 넘는 8조원을 써내 낙찰을 받았다. 천하의 정 회장이지만 상대는 이미 감정가의 배 이상을 써낸 경험도 있고, 능력도 충분한 삼성이다. 확실히 눌러야 할 필요를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멀리 봤다= 지난 10년간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9%(핵심 지역은 10% 이상)에 달했다. 감정가 3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매년 10%씩 값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2026년이면 10조원이 넘는다. 땅 값 만 계산했을 경우다. 2023년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완공되면 그 가치는 땅 값에 개발비를 포함한 금액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크다. 보유현금이 30조원이나 되지만 저금리 시대에 MMF나 콜 시장에서 굴려봐야 GBC 개발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은 못하다는 판단도 결단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나라에도 이득= 한전의 부지매각 차익은 약 8조원이다. 누적결손 때문에 양도소득세는 거의 내지 않겠지만, 과거 누적 결손을 거의 다 떨어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전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 인수 가격이 높아진 덕분에 서울시에 낼 취ㆍ등록세도 많아진다. 해외나 사익단체가 아니라 공기업과 지자체가 수혜자이므로 아낌없이 베팅할 수 있었다. 한편 정 회장은 GBC 건설비도 대규모로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8조~10조원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건설과 맞먹는 규모다. 엄청난 내수 진작 효과를 일으키는 셈이다.


▶그룹 새 성장동력= 랜드마크 건설은 그 자체로도 임직원의 사기 앙양과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크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외에 철강과 건설업도 영위하고 있다. 정 회장의 결단은 결국 철강ㆍ건설사는 대규모 사업 기회로 이어진다. 특히 대규모 부동산 개발경험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등의 국제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강되는 효과다.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번 대규모 사업으로 상당한 유ㆍ무형의 수혜가 예상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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