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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만 남긴 KB사태 4개월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이메일 한통, 오락가락 제재, 두 수장의 퇴진까지.

4개월간 이어진 KB 사태의 종착역은 임영록 지주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의 퇴진이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갈등중재보다 제재에 초점을 맞췄다. KB 내분 당사자들은 조직과 고객을 외면한 채 끊임없이 대립했다.

결국 당국과 금융그룹 수장 간 갈등으로 확전됐고, 개인정보 유출과 각종 금융사고로 추락한 금융인에 대한 신뢰는 더욱 곤두박질쳤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그리고 깊게 패인 상처만 남았다.

임영록 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의혹 공방이다.


지난 4월14일 이 행장에게 이메일 한통이 도착한다.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가 보냈다. 내용은 기존 협상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1500억원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주 전산기를 유닉스로 바꾸려던 사업(2000억원대)을 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 행장은 관련 임원들에게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4월24일 회의를 열어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유닉스 전환 계획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반발한 정병기 감사는 즉시 감사 착수를 지시한다. 5월16일까지 진행된 내부 감사에서 감사팀은 전산기 교체 안건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감사보고서에는 유닉스 기반 시스템 비용과 잠재 위험 요소를 의도적으로 축소ㆍ누락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왜곡 과정에 KB금융이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감사결과를 보고받은 이 행장은 감사보고서를 채택하려고 5월19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으나, 사외이사 6명이 거부해 결국 무산됐다.

이 행장은 임시 이사회 결과와 감사보고서를 ‘주요 경영사항’으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당일 검사역을 파견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내부 갈등이 외부에 알려진 순간이다.

6월9일 금감원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하면서 사태는 확산됐다. 그러나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제재 수위를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낮췄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갈등 봉합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그것도 잠시. ‘화합’을 위해 떠난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KB 사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 이 행장은 또 임 회장 측 인사로 여겨지는 김재열 KB금융 전무 등 전산 담당 임직원 3명을 고발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고민 끝에 9월4일 제재심의위의 경징계를 중징계(문책경고)로 상향 조정했다. 이 행장은 곧바로 사임했다.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임 회장은 사퇴를 거부하면서 금융당국과 대립했다.

금융위는 12일 임 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직무정지 3개월’로 높였다. 임 회장은 그래도 버텼다. 법원에 직무정지 무효 소송도 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의 임 회장 해임 의결로 4개월에 걸친 KB사태는 파국이란 결과만 남겼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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