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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KB사태…금융당국 책임론 커진다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결국 해임되면서 금융당국의 의도는 관철됐지만 금융당국 책임론이 부상하며 후폭풍이 거세다.

‘오락가락 제재’와 ‘뒷북행정’, 밀어내기를 위한 ‘무리한 징계’ 등으로 당국의 위신 추락은 물론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한 책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재과정에서 당국 간 내분도 노출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문책론이 나오는 이유다.

넉달을 끌어온 KB사태의 결론은 모두에게 상처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가장 큰 잘못으로 시스템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정치적’ 제재를 꼽는다. 원칙에 따른 제재가 아닌 윗선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제재로 금융당국의 권위와 신뢰도를 스스로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김호중 건국대(경영학과) 교수는 “제재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권한은 시스템에 의해 작동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금융당국의 제재는 사람 중심의 정치적 논리에 따른 제재를 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로 인해 당사자가 징계를 수긍하지 않고 로비력을 동원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백웅기 상명대(금융경제학과) 교수도 낙하산으로 대변되는 금융 인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 백 교수는 “금피아, 모피아로 대변되는 금융당국 고위관료들의 선후배 끌어주기와 길터주기가 계속되며 금융당국의 권한이 원칙있게 집행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관치금융이 계속되면서 ‘주주-이사회-경영진’으로 대변되는 금융회사 거버넌스가 전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인사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가 사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자진사퇴를 권유하는 것 자체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곤두박질 친 금융당국의 위신 회복을 위해서는 제재 권한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호중 교수는 “금융당국은 건전성과 금융소비자보호에 집중하되 금융회사의 잘못에 대해서는 인적제재보다 기관제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직원을 비롯해 임원, 수장에 대한 인적제재는 내부에서 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뒤늦게 이같은 문제를 인식, 최근 금융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건전성 위반, 소비자권익 침해, 금융질서 문란 등 3대 중대 금융범죄를 제외하고는 직원 제재를 모두 해당 금융회사에 일임하기로 했다.

이사회의 역량 강화도 전제조건으로 제시됐다. 백웅기 교수는 “이번 사태는 금융당국의 무능과 함께 자체 해결능력을 상실한 이사회의 무능함이 사태를 키웠다”면서 “이사회와 주주의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인사, 제재 등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되 그만한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결기구화 및 대화록 공개 필요성도 제기됐다. 제재 관련 금감원과 금융위의 중첩되는 역할에 대해서도 ‘감독”과 ’정책‘이란 본래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근본적으론 관치(官治)금융 관행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KB사태는 관(官)이 수장을 누구로 앉히느냐부터 경영에까지 끊임없이 간섭해 온 결과로,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당국 스스로 관치금융의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KB사태는 정부와 친분이 있는 낙하산 인사간의 파워게임으로 관치금융의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금융회사를 정책의 수단으로 여기는 정부의 인식변화와 함께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 입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임원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해 낙하산 인사를 걸러내고 내부 출신의 CEO 승계 문화가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과) 교수는 “임원 자격요건을 강화해 섣부른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막고 금융감독기구를 모피아와 정치권에서 떼내 자율성을 확보토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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