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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에겐 ‘한 잔의 여유’ 누군가엔 ‘공정한 대가’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298. 지난해 우리나라 만 20세 이상 성인들이 한 사람당 마신 커피 잔 수다. 성인 대부분이 최소 매일 하루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 현대인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호식품이 된 커피. 우리에게는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한 잔의 여유’를 가져다 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지구 어디엔가에서는 누군가의 여유를 위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면, 커피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어쩌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노동 집약적 작물인 커피에 전 세계 약 1억 2500만명의 밥줄이 달렸다. 일일이 씨를 부리고, 비료를 주고, 물을 주고 수확하는 일련의 노동이 커피 한 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커피노동자들이 하루 받는 평균 수입은 고작 3달러 정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커피 노동자들은 노예제도 없는 21세기 지구에서 ‘노예 같은’ 삶의 결과물로 누군가는 ‘여유’라 부르는 커피를 생산한다.

공정무역 커피는 대수롭지 않게 털어삼키는 커피 한 잔의 가치가 생산자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목한다.



■ 윤리적 소비의 한 축, 공정무역

유기농 제품, 친환경 제품, 환경호르몬 제로(zero), 사회적 책임. 마트에서 장을 보려치면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는 레이블들이다. 이른바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제품들이 어느새 우리의 소비생활에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고, 덕분에 윤리적 소비를 위한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광의에서는 소비자가 윤리적 가치판단에 따라서 단순구매가 아닌 의식적인 선택구매를 하는 것을 말하고, 구체적으로는 인간,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을 사지 않고 좀 더 비싸고 귀찮더라도 소비행위에서 윤리를 찾는 것을 뜻한다.

공정무역은 다양해지고, 꾸준하게 확산되고 있는 ‘윤리적 소비’ 움직임에 굵은 축을 담당한다. 윤리적 소비와 마찬가지로 공정무역에 대한 정의도 제각기 다르지만, 그의 목표는 한 곳을 향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의 노동의 결과와 지구가 제공해주는 자원을 통해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 갖는 세상’. 공정무역의 출발은 무역 세계화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국가 간 불평등한 권력구조, 그리고 그 사이 소외받고 있는 취약생산자에 대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서 시작한다.

착취가 아닌 생산물에 대한 ‘제 값’(정당한 값)을 지불한다. 저렴한 제품이 확산되고 그 속에서 만연화 되고 있는 과소비적 생활 방식을 지탱하는 비용을 과연 누가 지불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 반성에서다.

네 개의 국제 공정무역 단체들이 정리한 공정무역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공정 무역은 대화, 투명성, 존중에 기반해 국제무역에서 보다 평등 관계를 추구하는 거래 기반의 파트너십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경제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된 생산자들과 노동자들에게 보다 나은 거래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공정무역기구인증(FLO)의 2012-2013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70개국, 130만 명이 넘는 농부와 노동자들이 현재 이 같은 공정무역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 인구의 하루 커피소비량은 약 25억 잔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커피 소비량에도 불구하고 커피 생산국의 농가는 오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커피 노동자들이 커피를 생산하기까지 받는 하루 일당은 고작 3달러. ‘공정무역 커피’는 이 같은 노동 착취가 정의로운 무역으로 부를 분배하고 생산자의 자립을 돕고자하는 움직임에서 시작한다. 사진은 공정무역 커피.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커피 그리고 코코아

생산이 노동집약적일수록 노동 착취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커피와 코코아가 그렇다. 때문에 공정무역 제품 중에 가장 많이 팔리고 거래 되는 것은 커피와 코코아다. 미국의 예로 들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공정무역 인증 소매 판매의 80%는 커피 제품이다.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 시 생산자들에게는 지속가능한 가격과 임금이 돌아가고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제공되고, 소비자는 양질의 제품을 소비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코코아 산업이 경제의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나의 ‘쿠아파 코쿠 농민 협동조합’의 경우 다국적 회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양질의 코코아를 유통하는 튼튼한 농민조직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1993년 가나에서 코코아 시장이 자유화 됐을 때 설립된 이 협동조합은 단순히 코코아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3만 5000여명의 조합원들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 이들의 자립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도 진행한다. 이들이 생산하는 코코아는 ‘공정무역 제품’의 이름을 달고 전세계 판매처에 판매된다.

마찬가지로 공정무역 커피를 생산하는 르완다의 두쿤데 카와 협동조합의 경우 여성들을 대부분 채용한다. 고급커피를 주로 경작하는 이 협동조합은 여성의 취업을 돕는 이외에도 국가에서 받은 지원을 받아 세면장을 설치한 것을 계기로, 르완다 전 지역에 세면장을 설치해주는 사회 환원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가격에도 원칙이 있다. 가령 가장 많이 거래되는 커피를 예로 들었을 때, 공정무역 커피는 시장가격과 품질프리미엄에 소셜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 책정된다. 생산지의 여건을 고려해 가격합의가 이뤄진다. 2014년 3월 기준으로 공정무역 커피의 최저가격은 커피 1kg당 3.74달러(수세식 유기농 아라비카), 3.63달러(자연건조식 유기농 아라비카)다.



■ 히말라야, 안데스에서 온 선물

아름다운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를 중심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한다. 2002년 아시아 지역 수공예품 수입, 판매로 국내 최초로 공정무역사업을 시작해 2006년 히말라야의 선물, 안데스의 선물, 그리고 홍차 아름다운 홍차 등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공정무역 커피 유통을 시작했다.

2009년에 공정무역브랜드 ‘아름다운 커피’를 론칭했다. 주요 생산지 파트너는 네팔 굴미/신두팔촉 협동조합, 페루 나랑히요 협동조합, 우간다 구무띤도 협동조합 등이며 현재 판매하는 주요 제품은 원두커피와 초콜릿, 핫초코 등이다.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특징은 공정무역, 유기농으로 정리된다. 저개발국 커피 소농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장기적인 거래인 ‘공정무역’을 기본으로 재배가 까다롭지만 맛과 향이 좋은 고급 아라키바종 100%를 사용한다.

또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건강, 지구 환경과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커피를 지향, 유기농 커피를 고집하며 불필요한 벌목 없이 자연 그대로 커피를 그늘재배했다. ‘선물’이라 이름 붙인 커피 제품으로는 네팔산 커피인 ‘히말라야의 선물’, 페루산 커피인 ‘안데스의 선물’, 우간다산 커피인 ‘킬리만자로의 선물’ 등이 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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