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르포> 印尼에서 벌어진 치열한 ‘鐵’ 한일전…크라카타우포스코 “반드시 승리”
민경준 법인장: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 <사진=포스코>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 현장 르포
-고정관념 깬 ‘적도의 제철소’,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 첨병으로
-동남아철강벨트 거점 역할…원가ㆍ품질 두마리 토끼 잡는다


[헤럴드경제(인도네시아)=박수진 기자]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홀로 ‘된다’고 외치는 일이란 불안하고 외로운 도전이다. 하지만 이 도전이 성공에 이르면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해안도시 찔레곤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도전’이 한창이었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 크라카타우스틸과 공동 설립한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제선공장 한가운데 자리한 고로에는 막 생산된 시뻘건 쇳물이 1529도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 쇳물의 의미는 남다르다. ‘적도의 나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는 연평균 기온 27도, 습도 85%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열대성 기후 국가로 365일 고로를 가동하는 제철소와는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과 같다. 세계 제철 역사상 적도 인근에 제철소를 세운 경우는 전무하다. 불황에 신음하는 전세계 철강사들이 철강 수요 전망이 밝은 동남아 국가에 눈독을 들이면서도 제철소 건설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로: 인도네시아 자바섬 찔레곤에 위치한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 의 고로에서 지난 15일 쇳물이 생산되고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하루 8300t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한 도전에 포스코가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2008년 인도네시아와 한국 정부가 맺은 기본 합의를 바탕으로 지난 해 12월 준공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매일 8300t의 쇳물과 3400t의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300만t이다. 초기 고로 결함으로 일주일 간 가동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 가동률은 90% 수준에 육박한다.

▶印尼 철강시장 주도권 놓고 팽팽한 ‘韓-日’= 크라카타우포스코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인도네시아 철강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이 하공정 중심 투자로 자동차 강판 등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에서 상공정인 제철소를 건설해 원가 경쟁력 확보에 나서며 인도네시아 철강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제강공정: 인도네시아 자바섬 찔레곤에 위치한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 에서 지난 15일 제강 과정(선철에서 불순물 제거하고 강을 만드는 작업)을 마친 후 남은 슬래그를 분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포스코>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철강 시장은 이제껏 ‘일본 앞마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본 위주의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그들과는 다른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다. 하공정 중심의 투자를 하는 일본과 같은 방법으로는 동남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 비용과 설비 안정화에 따른 리스크가 크지만 현지 제철소에서 소재를 생산하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지난 8월 기준 슬라브와 후판 판매량이 월 목표량 20만t을 넘어섰다. 판매는 주로 인도네시아 내수 기업들이다. 

전경: 인도네시아 자바섬 찔레곤에 위치한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전경. <사진=포스코>

일본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일본 철강사인 신일본제철ㆍ스미토모금속공업(NSSMC)이 지난 해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공장(CGL) 설립을 추진하다 포스코 측의 강력한 항의로 사실상 중단됐다. 하공정 분야이긴 했지만 일본이, 포스코와 손을 잡고 제철소 건설을 진행하던 크라카타우스틸과 또 다른 합작법인을 추진하려 한 셈이다. 


민 법인장은 “일본과 어떻게 시장을 형성하고 또 나눌 것인지 우리 자체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일단 상공정을 경쟁력 있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베트남-인도 잇는 ‘동남아철강벨트’ 거점으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포스코가 추진 중인 동남아철강벨트의 거점 역할도 하게 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소재를 베트남, 인도 냉연공장에 공급해 원료 조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광양, 포항제철소에서 소재를 조달하면 관세가 만만치 않지만 동남아(ASEAN) 권역 내에서는 수입관세가 없어 그만큼 원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 법인장은 “한국 내 철강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다. 철강 수요 전망이 밝은 동남아 지역으로의 진출이 불가피하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포스코는 베트남과 인도에 냉연공장을 건설했다. 크라카타우에서 생산한 핫코일 등 소재를 공급하면 수입관세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더 큰 경쟁력을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 내수시장 점유율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원가 절감을 우선으로 하면서도 품질과 납기를 본사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현재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생산되는 슬라브와 후판 제품은 ‘구나완’ 같은 인도네시아 현지 철강사나 ‘찌트라 조선’, ‘코린도 중공업’ 등 현지 조선ㆍ중공업 회사들이 주로 사간다. 내년 상반기 안에 2단계 투자가 확정돼 생산 규모가 600만t까지 증가하면 동남아 권역 내 수출도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현 크라카타우포스코 수출부장은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를 잇는 동남아 철강벨트의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향후 3년 내에 품질 및 납기 수준을 본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