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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이재용 감독 "'두근두근 내인생' 통해 위안받을 수 있었으면"
지난 3일 개봉한 '두근두근 내 인생'이 150만 관객돌파를 눈 앞에 두며 조용히 흥행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강동원, 송혜교의 캐스팅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상', '사랑의 기쁨', '다세포 소녀' , '여배우들',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등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열일곱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열일곱을 앞두고 여든 살의 신체 나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두근두근 내 인생', 줄거리만 들어도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이 느껴지지만 오히려 이재용 감독은 유쾌하고 밝게 영화를 연출했다. 하지만 밝음과 희망 속에서 느껴지는 먹먹함이 관객들의 가슴을 더 저릿하게 만든다.

"제 취향일 수도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현실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유쾌, 당당하게 사는 가족의 모습이 더 슬프게 마음에 오는 것 같습니다. 늘 힘들고 외로워하고 남과 비교하면서 사는 것보다 희망을 잃지 않기 때문에 다가올 현실들이 더 슬퍼지는 것 같아요."

"누구나 사는게 힘들고 아프지요. 그걸 다 내색하면서는 못살아요. 애써 의연하게, 참을 줄 아는 그런 점들이 주인공들의 매력이죠."



보통 원작을 영화한 작품은 작가의 팬으로부터 아쉬운 소리를 듣는다. 독자의 상상력으로 그려냈던 주인공들이 탄생되는 것이 각자의 기대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인생'을 연출하며 이재용 감독에게 이같은 우려가 부담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되도록이면 원작의 팬들은 생각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충분히 원작의 미덕과 감성을 충분히 절달했다고 생각했죠. 결국 영화는 원작의 소설하고는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작가가 던진 메시지를 잘 받아서 저는 또 영화적으로 풀려고 했어요. 분명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와닿을 수 있도록 작업하려고 신경썼습니다."

강동원과 송혜교의 부부 호흡, 거기에 철 없는 아빠와 생활력 강한 엄마의 이름으로 부모가 됐다. 자신보다 일찍 늙어가는 어린 아들을 둔 부모는 모든 걸 희생하며 아들을 지키고 싶어한다.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미남, 미녀 배우들은 스크린 속에서 털털한 보통의 아빠와 엄마가 됐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현실적으로 보기 안타까운 이야기라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호감을 가지고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스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강동원과 송혜교가 충분히 그 역할을 해줬다고 봅니다. 이 이야기를 힘들게 보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가족의 슬픔을 전달하면서도 아름다운 슬픈 동화처럼 보여지길 바랐어요."

"배우들이 스타라는 이름 하에 화려해보이지만, 강동원, 송혜교 모두 지방출신이고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입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이죠. 대중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편한 사람들이에요. 충분히 그 두 사람이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시나리오도 제가 의도한것 처럼 읽혀졌고요. 강동원도 '가장 자기다운 캐릭터'라고 느껴줬고, 송혜교도 연출 의도와 맞게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연기를 해줬어요."

"시사회를 하고 동료 감독과 배우들에게 들었던 말 중 제일 좋았던 것이 '두 배우의 영화 중에 가장 연기를 잘했다'는 것이었어요. 감독으로서 굉장히 기쁜 칭찬이었어요. 배우를 칭찬해주는 것이 결국 제 기쁨이 이 된것 같아요."



이재용 감독은 강동원과 송혜교는 항상 영감을 주는 자극제같은 배우라고 평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서 많은 이야기와 인물이 떠오른다는 이재용 감독에게 강동원과 송혜교는 이재용 감독의 '최고의 배우'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일까 고민을 해봤는데 감독에게 영감을 주고, 자극 주는 사람들이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강동원도 초능력자, 무사, 악역 등 다양하게 연기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털털한 아빠를 다르게 발견을 해냈죠. 그에게서는 뱀파이어, 연쇄살인마도 읽혀지고 로맨틱한 남자의 모습도 보여요. 배우라는 소재를 조각을 해내고 싶었죠. 송혜교도 마찬가지고 발랄하고 귀엽고 청순한 고전적인 여배우의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배우를 못생기게 나오게 하고 싶기도 하고 강인한 여성상으로 만들고 싶기도 하죠. 그 두사람은 제가 끊임없이 영감을 줘요."

"일반 분들은 배우들의 영화, 광고 속 이미지만을 보게 되죠. 실제 성격까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본 강동원과 송혜교는 대수, 미라와 만나는 지점이 있어요. 송혜교는 미라처럼 털털하고 다부진, 대장부 같은 부분이 있어요. 강동원은 순진하고 엉뚱한 구석이 있죠. 현장에서 송혜교와 강동원은 미라와 대수 그 자체였습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다뤘지만 그 주변인물들의 평범하지만 고단한 삶을 함께 그려냈다. 관객이 관점에 따라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여러 각도에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에서 숲속에서 빛나는 청춘 남녀가 만나는 신이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누구나 빛나던 시절이 있지만 결국은 가족을 이루고 생활을 하면서 미래의 꿈과 희망들은 어느 덧 꿈처럼 사라지잖아요. 그리고 자식을 위해 힘든 일, 싫은 일을 타협하면서 부모의 삶을 살죠. 이 영화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청춘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의 이야기 두 가지를 담고 있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 또 장씨 할아버지, 장씨 할아버지의 아버지, 아름이, 16살부터 90살까지의 이야기도 있죠. 다층적으로 각자 자기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떠올릴 수 있으실꺼에요.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가족일 수 있고, 젊은 날의 시절, 애틋한 사랑, 또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겠죠."



이 작품을 통해 첫 연기에 도전한 조성목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연기를 한 조성목은 속 깊은 아름이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아프다고 떼쓰지 않는 보통의 어린아이가 아닌, 부모를 항상 웃게 해주고 싶은 철든 아름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이재용 감독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고, 조성목은 데뷔작에서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아름이는 의젓하고 속이 깊은 아이입니다. 이 역할이 16살인데 신체나이는 80살이잖아요. 그리고 또 병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해서 왜소합니다. 12살의 키를 가진 80살의 얼굴을 가진, 또 책을 많이 읽어서 조숙한 16살을 표현해야하죠. 조성목은 14살 소년이고 또래보다 성숙했어요. 실제나이보다 생각이 더 깊었고요. 조성목이 제일 힘들었던 아마 물리적으로 6시간씩 걸리는 분장을 한달 넘게 하는 것이었을꺼에요. 조성목이 연기를 처음한다는 것은 별로 문제될게 없어요. 오히려 상투적인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역배우들의 영리한 연기보다는 보지 않았던 연기를 싶었기 때문이죠. 연기를 안해봤기 때문에 쉽게 잘 따라올 수 있었어요. 똑똑해서 감독의 의도를 잘 따라와줬죠."

이재용 감독은 '두근두근 내 인생'의 흥행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이 각자의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며 의미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저는 앞으로도 손해보지 않는 영화를 하는 게 꿈이예요. 소박한 것 같으면서도 큰 꿈이죠. '두근두근 내 인생'은 흥행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위안받고 행복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으실겁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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