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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현대重 권오갑號 위기의 파고 넘을까
오일뱅크 4년여 이끌며 비약적 발전 성과…실적 회복 · 노사관계 정상화 이끌 구원투수 역할 기대
권오갑 현대중공업 신임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주주인 정몽준(MJ) 전 의원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인사다. 이번에 맡은 그룹기획실 초대실장직도 그룹 내에서 첫 손에 꼽히는 중책이다. 얼핏 2인자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가 맡은 임무의 성격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성품도 ‘2인자’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다.

그의 최우선 임무는 최근 복귀한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을 보좌해 위기에 봉착한 그룹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저가 수주와 무리한 외형 확장으로 멍든 내부 조직을 추스려야 한다. 19년 연속 무분규 기록이 깨질 위험에 처한 노사관계를 정상화하는 일 역시 그의 몫이다.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재계 7위 그룹으로서의 조직과 체계도 새롭게 해야한다. 하나 같이 쉽지 않다.

하지만 권 사장은 경영능력과 함께 내부 소통, 대외 관계 등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그룹이 당면한 여러 난제들을 모두 풀어낼 것이라는 안팍의 기대가 크다. 실제로 그는 주변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2010년 현대중공업이 오일뱅크를 인수한 후 첫 최고경영자(CEO)로 기용된 사람이 권 사장이다. 2010년말 매출 13조2959억원, 영업이익 2357억원이던 현대오일뱅크는 그가 경영을 맡은 4년여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2013년 매출은 22조4037억원, 영업이익은 4032억원으로 각각 68.5%, 71.6%성장한다. 특히 최근 덩치가 훨씬 큰 경쟁사들이 사실상 적자의 늪에 빠졌음에도 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 매출11조3694억원, 영업이익 1428억원의 업계 최고 수익성을 뽐냈다.

그렇다고 그가 오랜 기간 기업 CEO 경력을 쌓아온 것도 아니다. 1997년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전무를 맡은 이후 2009년까지 그는 주로 그룹의 대외업무를 담당했다. MJ가 오랜기간 이끈 대한민국 축구계도 실질적 안 살림은 권 사장이 맡아왔다.

이처럼 공(功)은 많았지만 상(償)을 탐내지 않았다. 조선업 현업에서의 성과로 47세에 전무가 됐지만,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데는 꼬박 만 10년이 걸렸다.

흔히 유방이 한(漢)을 세우는 데 일등 공신으로 장량과 한신을 꼽지만, 많은 역사가들은 소하(蕭何)의 공을 제일로 친다. 전장에 직접 나가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은 곳에서 온갖 어려운 일과 궂은 일을 도맡아 슬기롭게 해결한 공로다. MJ에게 소하와 같은 인물인 권 사장에 재계가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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