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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코틀랜드, 307년만에 독립 꿈 이룰까?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307년을 기다려온 스코틀랜드인들의 독립의 꿈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18일(현지시간) 인구 520만명의 스코틀랜드인들은 지난 1707년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합병된 이후 307년 만에 국가의 독립을 스스로 결정한다.

특히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독립 지지의견이 처음으로 반대여론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국 연방의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파운드화 가치는 최근 10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경제도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AF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이달 2~5일 실시된 스코틀랜드 주민대상 여론조사에서 독립 찬성의견이 51%를 차지해 반대의견 49%에 2%포인트 앞섰다.

분리독립 주민투표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독립 지지 의견이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는 18일 주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안이 통과되는 이변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독립 찬성 지지율은 한때 22% 포인트 이상 반대여론에 뒤처졌으나 이달 들어 6%포인트까지 격차를 좁힌 데 이어 마침내 전세를 뒤집어 선거전을 가열시키고 있다.

찬성 여론은 최근 한 달간 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막판 선거전은 분리독립안 부결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운명은?= 18일 투표를 앞두고 최근 여론조사가 초박빙세를 보이면서, 스코틀랜드의 미래는 좀처럼 점치기 어렵게 됐다.

오는 18일 인구 520만명의 스코틀랜드인은 1707년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합병된 이후 307년 만에 국가의 독립을 스스로 결정한다.

특히 이번 투표에선 스코틀랜드 선거 사상 처음으로 투표 연령층이 낮아져 1998년 9월18일 이전에 태어난 16~17세까지 투표권을 갖는다. 유권자는 앞서 2일 자정까지 선거인 명부에 사전 등록을 마치고, 3일 우편이나 대리인을 통한 사전 등록까지 끝내야한다. 투표 결과는 19일에 발표한다. 이후 법률 검토 작업이 6주 동안 진행된다.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국 연방은 단일 경제권을 유지해야하고, 스코틀랜드의 독자적인 화폐 사용, 유럽연합(EU) 단독 가입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 투표에 나서 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통화와 EU 문제 뿐 아니라 스코틀랜드에 있는 북해심해유전 등 에너지, 국방, 이민, 연금과 복지, 공영방송 전파 등 여런 현안들이 복잡하게 걸려있어, 투표 결과 찬성이 높게 나오더라도 독립국가 출범 전까지 상당한 후속 작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 연방 쪼개지나?=스코틀랜드가 연방에서 분리되면 영국의 국토면적은 3분의 1로 줄어든다. 또 북해유전 등 천연자원의 손실도 불가피해진다. 웨일스와 콘월 등으로 분리독립 요구가 확산해 영연방은 잉글랜드만 남는 미니 국가로 위상이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따른다.

스코틀랜드로서는 이번 주민투표는 1707년 잉글랜드에 병합된 이후 307년 만에 분리독립의 꿈을 이룰 기회다.

하지만 독립 열망론의 한쪽에서는 영국과의 결별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오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유권자들의 불안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투표운동이 가열되는 가운데 잉글랜드를 비롯한 투표에 나서는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역의 기류는 여전히 영연방이 쪼개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 쪽이다.

▶여전히 뜨거운 독립채산성 논쟁=오는 18일 스코틀랜드가 307년만에 독립을 쟁취해도 경제적으로 홀로 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가 높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독립하면 재정 안정성이 높아져 2030년에 연간 50억 파운드(약 8조5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자립 효과로 공공부채 부담은 줄고 세수가 늘어나 당장에라도 주요 7개국(G7) 수준의 부자 나라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끌어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스코틀랜드는 이미 세계 최고 부국수준의 기반을 보유하고 있음을 들어 강한 경제력을 갖춘 국가로 자립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경제사정은 나빠질 것이라고 맞서고있다.

자치정부가 부의 원천으로 내세운 북해유전의 자원은 수년 내 반토막이 날 수 있고,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국외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분리독립을 선택하면 국가 수립 비용으로만 15억 파운드(약 2조5천억원)가 필요하고 국방, 치안, 복지, 재정 체계 마련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냉정한 현실인식을 호소하고 있다.

영국 최대의 연금보험사로 가장 성공적인 스코틀랜드 기업으로 꼽히는 스탠더드라이프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주요 기업들도 분리독립이 현실이 되면 스코틀랜드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며 연방 유지론에 힘을 싣고 있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스코틀랜드 독립안이 통과되면 자산 매각과 은행인출 사태가 우려된다며 영국 전체에 상당한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흔들리는 파운드화=스코틀랜드의 독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축통화인 파운드화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BBC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8일 오전 외환 거래에서 영국 파운드화의 달러환율은 1.6159달러, 유로 환율은 1.2480유로로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주말에 발표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여론조사에서 독립 찬성의견이 처음으로 반대의견을 추월하면서 미래 경제를 둘러싼 불안심리가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월요일인 이날 런던 증시에서도 스탠더드라이프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오전장 주가가 각각 3%와 2.4% 떨어지는 등 스코틀랜드에 본부를 둔 주요기업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앞서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안이 통과되면 영국과 스코틀랜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해 금융권에서는 주민투표를 결과를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안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은 분석하면서도 예상 밖으로 분리독립안이 통과되는 일이 벌어지면 자산 매각과 은행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조해진 英 연방=스코틀랜드가 307년 만에 분리독립할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선거전 개입을 자제해온 중앙 정치권은 다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주민투표 문제에는 중립 자세를 지키고 있지만 독립여론이 늘어나는 기류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은 영국 하원에서 59석을 차지하는 스코틀랜드가 사라지면 40석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전,현직 지도부와 현역의원들이 반대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 졌을 뿐”이라며 “영연방 유지를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다“고 밝혔다.

보수당 안팎에서는 스코틀랜드 독립안이 통과되면 캐머런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와 의회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 조세권과 예산권까지 이양하는 획기적인 자치권 확대 일정을 공약해 막판 표심 결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BBC에 ”수일 안에 분리독립안 부결을 전제로스코틀랜드에 조세권과 예산권, 복지집행 등 강력한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니콜라 스터전 부수반은 이에 맞서 ”유권자들이 결정을 미뤘던 투표 의향을 굳히면서 독립운동이 승기를 잡고 있다“고 공세를 취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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