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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양규 기자의 보험캐치]‘부모’도 ‘중매인’도 잘못 만난 범LG가(家)의 보험사들
[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한 부모가 어린아이를 입양한다. 그리고 정부가 지원해줄 것이라 믿었던 보조금(?)이 나오지 않자 다시 버린다. 입양된 아이는 친 부모와 양 부모로부터 두번 버림을 받는다. 쉽게 말해 보험산업의 역사로 비유하자면 우리아비바생명의 이야기다. 우리아비바생명이 지방의 금융지주사인 DGB금융지주에 매각될 전망이다. 이는 농협금융이 지난 4월 인수한 지 5개월만이다. 우리아비바생명의 전신은 럭키생명. 한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G그룹 계열의 생명보험사였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당시 맏형인 LG화재(현 LIG손해보험)가 부모(LIG그룹)로부터 독립(계열 분리)한 후 1년에 약 70여억원 가량 지불하는 상표권에 대한 로열티 부담이 큰 탓에 이름(사명)을 LIG손해보험으로 새로 바꾸면서 럭키생명도 LIG생명이란 이름을 새로 얻게 됐다. 당시 이 사건은 LG그룹과의 완전 분리를 뜻했다. 그러나 새 이름으로 변경하고 새 마음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된지도 얼마 안돼 LIG생명은 우리금융과 영국의 아비바그룹이란 양 부모에 넘겨지고 말았다. 양측은 돈을 벌어다줄 방카슈랑스 채널을 이용한 보험시장 공략을 위해 매물(입양아)로 생명보험사를 찾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정부의 방카 25%룰에 묶여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했고, 지난 4월 우리금융 민영화의 흐름을 타게 되면서 거대한 금융그룹인 농협금융에 또 다시 인수됐다. 농협금융은 우리아비바생명 인수를 통해 숙원사업인 연금보험과 변액보험 시장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이 같은 장미및 청사진도 인수한 지 얼마 안돼 정부의 연금 및 변액보험 불허란 규제 속에 좌절하고 말았다. 돈 벌이가 될줄 알았지만 되레 벌여 먹어야 할 판(증자)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아비바생명은 인력감축이란 극심한 진통 속에 성격부터 외모까지 탈바꿈하게 됐지만, 부잣집(?)에 입양됐다는 것에 그 마나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아비바생명 직원들이 가진) 그 희망은 또 다시 새 양 부모를 맞이해야 할 처지가 되면서 허무함만 안게 됐다. 한때 대기업 계열사에서 여기 저기에 팔려다니게 신세가 된 우리아비바생명의 숙명은 그저 안타까움이 전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아비바생명 직원들은 인력감축이란 아픔에도 불구 그나마 농협금융에 인수됐다는 점에서 한 가닥 희망을 가졌다”며 “인수한 지 5개월만에 또 다시 DGB금융지주에 매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들이 느낄 허탈감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LIG생명이 우리금융에 입양되면서 8년 전 헤어졌으나, 맏형이던 LIG손해보험도 조만간 KB금융지주에 입양(인수)된다. 개략적으로 오는 10월께 새 호적(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양 부모간 다툼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권위만 내세우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는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며 최근 이혼(사의) 의사를 밝힌 어머니 밑에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이런 문제 있는 양 부모에 입양을 허가해도 되는 지에 대한 의혹의 시선들이 나오고 있다.

한때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로 공경의 대상이던 이 두회사는 극도의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부모를 잘 못 만난 탓이 크다. 더욱이 입양 시 세심한 중매인(정부)을 못 만난 탓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을 두 회사직원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두 회사들에게도 활기찬 나날을 보낼 수 있는 시기가 하루 빨리 찾아올 수 있길 바란다.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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