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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학 성범죄 만연…바뀌는 캠퍼스 문화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미국 대학 캠퍼스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남녀 학생들은 왠지 모르게 서먹서먹하기만 하다. 남학생들은 여학생에 선뜻 다가가기를 꺼리고 여학생들의 조심성은 더 커지고 있다. 캠퍼스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한데 따른 후유증이다.

블룸그통신은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의 ‘연애문화’에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심리학자 윌리엄 폴락은 “이미 많은 남학생들이 의기소침해 있다”며 “잇단 성범죄 이후 새로 보여지는 캠퍼스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버드대 한 사교클럽의 전 회장인 말릭 길은 “하우스 파티에 오는 여학생을 특별히 환영한다”면서도 “여학생에 맥주를 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상당히 괜찮은 남자이고 교내 성범죄가 나와 관계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관심가는 여학생에게 말을 걸 때는 전보다 주의하고 선을 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뉴욕대를 다니는 조슈아 핸들러는 “캠퍼스 성범죄 논란으로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 지 더 숙고하게 됐다”며 “여학생들과 말할 때는 전과 달리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스탠포드대의 크리스 헤리스는 “일부 남학생들은 성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지나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교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성폭행 희생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 접근을 금지시키거나, 술취한 남학생이 여학생을 방으로 끌어들이려 할 때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교내 성범죄 논란이 지속이 ‘마녀사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폴락은 “과도한 언론의 관심 탓에 선의의 남학생들이 매도당할 수 있는 ‘마녀사냥’격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성폭행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예일대에서는 상반기 성폭행 피해 건수가 29건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백악관 여성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여대생 5명중 1명이 성폭력의 위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7%의 남학생이 성폭행을 시도했고 이들 중 60% 이상이 평균 6번의 성폭행을 저지른 상습범이었다.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논란이 됐다. 지난 3월에는 하버드에서 친했던 기숙사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20년 묵은 학칙 규정 때문에 학교 측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못 받은 여학생이 글을 써 이슈가 됐다.

실제로 아이비리그와 스탠퍼드, MIT 등 10개 대학 성범죄 조사 및 처벌 규정을 비교한 결과, 하버드와 프린스턴에서는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워 각각 ‘충분’하거나 ‘명백’한 사건이 아니고는 교내 성범죄 가해자를 처벌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cheon@ha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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