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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2018년까지 서울 사대문안 도로 1~2개 차선 없앤다는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2018년 간의 민선6기 임기의 밑그림인 서울시정 4개년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13대 분야 139개 과제를 선정해 이 계획을 수립했고 그 중에서도 핵심과제 25개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이제는 보궐 시장이 아니라 온전히 4년을 보장받은 시장으로서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거지요.

그런데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보행친화도시’ 정책입니다. 박 시장은 임기 마지막 해인 오는 2018년까지 서울 사대문안 도로 12개 노선 15.2㎞의 차도를 최소 하나에서 최대 두 개까지 줄이겠다고 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서울 도심권은 안 그래도 차가 막혀 난리통인데 차로를, 그것도 사대문안 차로를 줄인다니요. 박 시장의 설명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는 자동차보다 사람과 자전거가 우선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이 정책 과연 괜찮을까요.

지금 당장은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이 정책은 실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도심권역인 광화문 일대는 오피스 빌딩이 즐비해 직장인들이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지역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도 도심 권역은 하루 종일 빽빽한 차량 정체가 이어집니다. 이런 곳에 차선을 최소 하나만 더 줄인다 해도 교통 정체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이 일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됩니다. 거주자 입장에서는 이 일대에 차를 세워놓고 필요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보다 자전거나 보행 위주의 정책을 편다면 그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질 겁니다. 당장 사대문 안에 아파트 분양을 계획한 건설사들도 이런 박 시장의 방침에 화들짝 놀랐을 것입니다. 향후 차량 이용자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 뻔하니 분양 성적에 영향을 미칠까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선6기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인 보행친화도시 정책과 비슷한 배경에서 조성된 세종시는 좁은 4차로 차선에 대한 불만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세종시의 도로 전경.

계획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 봅시다.

박 시장은 일단 내년 10월까지 종로 보신각~안국동 로터리 구간의 차도를 줄일 계획입니다. 또 2018년까지 세종대로, 대학로, 퇴계로, 을지로 등 도심 12개 노선 15.2㎞의 차선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대신 주택가, 공원 등 생활 공간을 중심으로 보행전용거리를 2018년까지 매년 10개소씩 총 105개소까지 2배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또한 대각선 광폭 횡단보도도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50개까지 확대한답니다. 물론, 다 좋은 내용입니다. 그러나 도로가 좁은 강북권과 달리 도로가 넓은 서울 강남권의 주거 만족도는 강북 대비 훨씬 높은 편입니다. 왜 도로가 훨씬 넓은 서울 강남권은 그대로 두고 도로가 좁은 강북권 차로를 줄이는 걸까요. 또한 이미 보행친화도시 정책을 구현한 세종시의 경우, 차로가 좁아 불편하다는 불만이 상당히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박 시장의 방향이 옳은 방향일까요.

중앙정부기관이 이전하고 있는 세종시의 경우 도시 조성 초기부터 아예 도심권 도로를 4차선 정도로 만들어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아파트 입주 1만5000여가구가 입주되면서 벌써부터 도로가 좁다는 민원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쾌적한 보행자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 덕에 서울보다 여유롭고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꽤 나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의 넓은 도로를 부러워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마당에 서울시가 오히려 세종시와 같이 좁은 도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현상입니다. 도로가 넓은 광화문이 도로가 좁은 세종시가 제각기 서로를 동경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차로가 넓은 도시와 차로가 좁은 도시, 과연 그 중 어디가 더 좋은 도시일까요.

잠시 다른 논의를 해 볼까요. 다수가 살고 싶어하는 서울 강남권역은 광활한 바둑판 모양의 8차선 도로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이곳을 잠시 들른 사람들은 다들 “도로가 시원시원하게 잘 빠져 좋다”며 한마디씩 합니다. 그리고 이런 도시 인프라를 부러워해 이곳에 살고 싶어하는 이주 수요도 상당합니다. 덕택에 아파트값은 계속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다수가 선호하는 도시의 모습이 여기에 있는데 박 시장은 과연 이런 관념에 역행해 어떤 도시를 만들어 우리 앞에 내놓을 심산일까요. 어쩌면 그가 추진하는 도심 차로 축소 정책의 성공 여부가 서울시장 임기 이후의 그의 행보에 큰 영향을 끼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박 시장의 보행친화도시 정책은 성공할까요?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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