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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딩뱅크 꿈꾸던 KB, 초라해진 위상…LIG손보 인수 문제 없을 듯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의 합병은 한국 금융사의 커다란 변곡점이었다. 두 대형 우량은행의 합병으로 국내 첫 글로벌 리딩뱅크 탄생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앞선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첫 인수ㆍ합병(M&A)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지만, 두 은행은 정부 소유였다. 그래서 통합 국민은행의 출범을 바라보는 시선은 신선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현실은 어떤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리딩뱅크를 꿈꿨지만=국민은행은 2000년대 중반 막강 화력을 뿜어댔다. 2005년 시중은행 경쟁구도가 국민, 우리, 하나, 신한 4강 구도로 정립됐을 때 총자산 197조840억원, 충당금 적립전 이익으로 4조7685억원을 내는 전성기 개막을 알렸다.


후발 주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2002년 11월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2006년 4월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품에 안으면서 맹추격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멀리 달아났다. 국내 ‘리딩뱅크’라는 수식어는 당연했다. 글로벌 리딩뱅크는 멀지 않아 보였다. 국민은행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으며 2007년에는 사상 최대인 2조7738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국내 다른 은행과 순위를 벌린 채 세계 100대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7년여가 흐른 지금, 국민은행은 ‘꼴찌 뱅크’ 수준으로 추락했다. 올 상반기 신한은행이 순이익 8421억원을 달성하며 부동의 1위를, 국민은행은 총자산 규모가 훨씬 작은 기업은행(5778억)보다 적은 5462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M&A로 급성장한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순익을 합칠 경우 국민은행을 큰 차이로 제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올 상반기 총 순익은 8657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덩치는 크지만, 선진 금융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아 추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돌파구는 없나?=국민은행은 소매금융 강자다. 옛 명성은 유효하다.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파벌 싸움이 일어나도 고객이탈은 그리 많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벌 다툼과 불안한 지배구조에도 국민은행이 버티는 것은, 충성도 높은 고객과 저비용 예금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LIG손보 인수를 계기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는 데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여부와 관련, KB금융이 지주회사법 특례조항의 적용을 받아 자회사 인수가 가능하고, 최고 경영진에 대한 인적제재는 승인요건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인수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경영진 거취의 불확실성이 국민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다른 은행보다 영업 등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수뇌부 교체가 아닌 조직 차원의 대규모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경영진 간 갈등과 조직 내 반목을 그냥 덮을 것이 아니라 그 근본원인을 발본하고 철저한 인적, 조직 쇄신을 통해 경영의 독단과 공백을 동시에 해소해 달라”고 당부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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