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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호 사퇴 · 임영록 버티기…엇갈린 선택 KB 어디로…
“林회장 “명예회복” 사퇴거부
“인사개입 등 오해때문” 강변…금융위 최종심의서 규명
중징계 확정돼도 여진지속…이의신청 등 추가대응 주목



할 일 다했다며 사표를 던지고 집무실을 떠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명예회복을 선언한 임영록 KB금융 회장.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KB의 두 수장(CEO)이 이처럼 엇갈린 선택을 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같은 조건에서 정 반대의 선택을 한 그들의 모습은 평소 두 CEO의 상반된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누가 잘한 선택이건 간에 2만여 직원이 동승한 거대한 ‘KB호(號)’는 당분간 격량에 휩쓸릴 것으로 보인다.


▶이건호 행장, “할 일 다했다”…바로 집무실 떠나=이 행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 확정 발표가 나자 바로 사표를 제출하고 집무실을 떠났다.

이 행장은 사퇴의 이유로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이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은행장으로서 할 일은 다 했으니 당국의 뜻대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행장 입장에서는 중징계를 받은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의 국민은행 본점 검사 결과를 보면 이 행장이 제기한 문제가 대부분 인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장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구차해지기보다 과감히 사표를 던지면서 명예를 선택했다. 평소 ‘지나친 원칙주의자’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깐깐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 행장은 주 전산기 교체 문제에 대응할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이 자신의 원칙에 맞지 않자 금융당국에 자진 신고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에 대해 결론이 났는데도 사실 규명을 위해 해당 임직원들을 검찰 고발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같은 일련의 튀는 행보가 중징계로 이 행장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임영록 회장, “반드시 명예회복 하겠다”…정상출근=임 회장은 정반대로 ‘진실규명’을 하겠다며 사퇴 불가 의사를 밝혔다.

그는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절차를 통해 진실이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리를 지킬 뜻을 분명히 했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의 제재 확정 과정에서 자신이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인사개입을 한 것으로 오해했다고 판단, 금융위원회의 최종 심의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임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예측 가능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 회장이 금융당국이나 언론 등에 자신의 소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게 사실이다. 비공식루트를 통해 정당성을 ‘토로’ 했을 뿐이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벼랑끝에 온 이상 더 이상 가만있을 수 만은 없다는 판단이다.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밝힐 건 제대로 밝히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당국이 제심위의 결론을 뒤집는 초유의 결정을 한 만큼 임 회장은 향후 금융위의 최종 심의나 행정소송 등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이 행장이 이미 사표를 제출한 만큼 조직 안정이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 회장이 조직에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어필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과 당국의 사퇴 압력은 임 회장이 감내해야 할 시련이 될 수 있다.

▶결국 KB호 격랑 속으로=두 수장의 엇갈린 선택으로 조직에는 임 회장만 남게 됐다. 누가 잘한 선택이건 KB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임 회장이 경영 안정화를 꾀한다고 해도 이미 수장의 사임으로 충격에 빠진 국민은행이 정상화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경영 공백을 줄이려고 신임 행장을 서둘러 선임한다고 해도 신임 행장이 이 행장이 추진하던 ‘스토리 금융’을 이어받을지도 의문이다. 이미 ‘스토리 금융’ 체제에 맞춰 성과보상체계(KPI)까지 바꿨는데, 신임 행장이 ‘스토리 금융’ 전수를 거부할 경우 은행의 전체 시스템은 다시한번 변혁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임 회장이 금융위 최종 심의결과 중징계가 확정되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KB금융과 금융당국 간 반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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