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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회관에 쌓이는 추석선물 들여다보니......與野 막론 ‘진도산 특산물’대세
추석연휴를 앞둔 5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 한 켠에는 의원들에게 배달될 각종 추석선물이 쌓였다. 로비에 수북히 쌓인 선물들은 들것에 실려 의원실로 옮겨지느라 분주하고, 각 의원실에선 누가 추석 선물을 보냈는지 목록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국회에도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의 넉넉함이 더해가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과연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있을까.
다수의 보좌관에 따르면 의원실에 들어오는 추석 선물은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피감기관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소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지인들이 보낸 선물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피감기관의 공무원’에게 받은 선물도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선 늘상 ‘평소 가깝게 지냈던 지인’으로 바뀐다.
추석 선물은 대체적으로 멸치, 김, 식용류와 같은 식료품이거나 꿀, 버섯, 차와 같은 지역 특산물이다. 최근엔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인 온누리 상품권이 덤으로 동봉되기도 한다. 여성 의원들에게는 주로 기초 화장품이나 백화점 상품권 등이 자주 오는 편이다. 새누리당의 7년 차 보좌진은 “상품권이나 화장품은 보좌진이나 비서들이 나눠갖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의원실에서 선호하는 선물”이라고 전했다.
다만 의원실로 배달되는 한가위 선물은 국회의원에게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대인 5만~10만원 내외에서 책정된다. 의원실로 전달되는 선물의 경우, 의원회관 로비를 통과하면서 한 차례 기록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추석 선물은 의원 자택으로 배달되는 편이다. 값비싼 선물은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나 중진 의원에게 주로 전달되는데, 익명을 요구한 비서관은 “인삼이나, 고급 양주, 골프채 등은 의원실로 잘 들어오지 않고 의원 자택으로 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의도 정치권은 세월호 특별법으로 여야가 갈라졌지만, 추석선물만큼은 한 마음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세월호 참사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진 진도산 전복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진도산 건어물을 추석선물로 골랐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김 대표에게 연락해 “진도산 선물을 이용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역대 대통령의 추석 선물은 지역 특산품인 경우가 잦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한가위 선물로 청와대의 상징인 봉황이 찍혀 있는 상자에 횡성 육포와 밀양 대추, 가평 잣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의 부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인삼 등을 봉황이 새겨진 나무 상자에 담아 보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향인 거제도의 멸치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과, 김, 녹차 등을 애용했다. 아울러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배주, 국화주, 이강주 등 우리 민속주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햅쌀, 참기름, 버섯 등 전국 특산물을 고루 전달했다.
지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국회의원도 공무원과 같이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다르다. 여야를 막론하고 “추석 선물이 활발하게 오고 가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며 한 목소리를 낸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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