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명 내용 대부분 받아들여졌지만…그래도 중징계 받은 이건호 국민은행장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소명한 내용이 대부분 받아들여졌지만 결국 중징계를 받아 주목된다. 이 행장이 은행 내부의 부당함을 외부에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자승자박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 조직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딥 스로트(Deep Thoat)’가 살아남기 어려워 조직의 비리를 무작정 덮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행장은 4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이날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제재 수위가 중징계인 ‘문책경고’로 확정됐다. 은행장의 제재는 현행 감독 규정 상 금감원장 전결로 처리할 수 있어 거의 확정적이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은 3년 간 금융권의 임원 및 준법감시인 선임 자격이 제한된다.

이 행장이 중징계를 받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 행장이 제심위에서 소명한 내용이 대부분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주 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기종을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컨설팅 보고서가 왜곡됐고, 성능검증(BMT) 결과 및 견적 비용 등이 부당하게 책정된 점을 강력히 소명했다. 또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은행의 IT본부장 교체 과정에 직접 관여한 점도 여의치 않은 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행장의 이같은 소명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이 행장의 제재 사유가 됐다. 금융당국은 이 행장에 대해 지난해 7월 취임 후 감독자의 위치에서 주 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았는데도 직무상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해 이같은 위법ㆍ부당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사태가 확대됐다고 봤다. 이 행장 입장에선 잘못된 조직의 의사결정을 바로잡으려고 강행한 결정이 결국 자신의 ‘독배’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행장의 처지를 두고 금융권에서 딥 스로트가 살아남기는 힘든 점을 다시 확인했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금융당국에 조직의 비리를 제보해도 이것이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데, 누가 비리를 금융당국에 보고하겠냐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 인사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조직의 비리를 더 덮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이 행장은 당국의 중징계 발표가 난 직후 사임을 했다.

이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carri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