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차일드, ‘아들들아, 흩어지지 마라’ = 글로벌 부호 중 대표적인 유태계로 손꼽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은 자나깨나 가족, 그 가운데 ‘아들’을 우선시 했다. 언뜻 지나친 성차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8세기 이래 유럽 열강의 국고채를 쥐고 흔든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은 이런 아들한테서 나왔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쓴 ‘로스차일드, 전설의 금융가문’에 따르면 가문의 실질적 창업자 역할을 한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1744∼1812)는 죽기 전 사위와 딸들의 ‘가업(家業) 금지’를 재차 강조한다. 그는 유언을 통해 “내 딸들과 사위들 그리고 그들의 상속인이 회사 지분을 전혀 소유하지 못할 것을 명하며…(중략) 회사는 내 아들들에게만 속하며 그들이 소유해야 한다…(중략)내 유언에 반하여 내 아들들이 그들의 사업을 평화롭게 소유하는 데 불화를 일으키는 자녀는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라고 남겼다.
▶ 카네기ㆍ이병철, ‘인재가 최고’ = 단순히 가족을 중시하는 데서 벗어나 인재경영 전반을 강조한 부호들도 있다. 전설의 ‘철강왕’으로 불리는 앤드류 카네기는 묘비명에 “자기보다 훌륭하고 덕이 높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 그러한 사람들을 곁에 모아둘 줄 아는 사람 여기 잠들다”라고 남겼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묘비명도 카네기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용인에 있는 그의 묘비엔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으고자 노력을 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라고 적혀있다.
▶ 박태준ㆍ유일한, ‘조국과 사회를 위해’ = 한국의 1세대 기업가들은 대체로 민족과 사회를 염려하는 의미의 묘비명이나 유언이주를 이룬다. 카네기에 빗대 ‘한국의 철강왕’으로 통한 박태준 포스코 창업주는 묘비명에도 자신의 생전 신념이 묻어났다는 평가다. 국립묘지에 안장된 그의 묘비엔 “짧은 일생을 영원 조국에”라고 적었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묘소 앞엔 시인 구 상이 남긴 추도시가 있다. 제목은 ‘겨레의 뭇 가슴에 그 웅지 그 경륜이’다.
유한양행을 세워 윤리경영을 몸소 실천한 유일한 박사도 1971년 유언으로 ‘전 재산을 교육(공익)사업에 기부한다’고 남겼다.
▶ 에디슨ㆍ게일보든, ‘실패는 나의 힘’ = 발명왕이자 제너럴일렉트릭(GE) 설립자 중 한 사람인 토머스 에디슨은 제대로 된 백열전구를 만들어보려고 실험만 1200번을 넘게 했다. 결국 값싼 백열전구를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사업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상상력, 큰 희망, 굳은 의지는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라고 쓰인 그의 묘비엔 무수한 실패를 딛고 선 인간승리의 기운이 엿보인다.
미국의 19세기 사업가 게일보든은 ‘연유(농축우유)의 아버지’로 불린다. 미국 낙농산업이 그에게서 시작됐다. 그는 그러나 무리한 투자로 일궜던 다른 분야 사업을 모두 날리고 인생의 쓴맛을 봤다. 그의 나이 51세 때였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2년 간의 연구 끝에 만들어진 보든의 연유는 그의 50대를 화려하게 수놓았고 1874년 백만장자로 생을 마쳤다. 그의 묘비명엔 이렇게 적혀있다.
‘그러나 다시, 또 다시 시도해서 성공했다’
▶ 미리 남긴 묘비명 ‘깨우지 마!’ = CNN 창립자 테드터너는 미리 묘비명을 지어놓은 케이스다. 그런데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한 공개석상에서 ‘Don’t wake up!(깨우지 마시오)라고 묘비명을 미리 지어놨다’고 밝혔다.
테드터너는 요트 대회 우승,10억 달러 UN기부, 여배우 제인 폰다와 결혼·이별 등 튀는 행보로 눈길을 끌어왔다.
‘돈 먹는 벌레’ ‘독설가’라는 별명과 함께 ‘인맥의 제왕’ ‘엉뚱하지만 기막힌 아이디어의 주인공’이란 긍정적 캐릭터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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