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위해 손 회장에 애틋한 시선
[특별취재팀 = 윤현종ㆍ김현일 기자] 올해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달 31일. 대구 동구청장은 구청 공무원들과 함께 산으로 ‘출근’했다. 손에는 저마다 낫과 갈퀴 등 벌초 장비들이 쥐어져 있었다.
이날 강대식 구청장은 일요일임에도 동구청만의 ‘특별한 벌초’를 4년째 이어갔다. 어떤 묘였길래. 다름 아닌 일본 최대 통신사 소프트뱅크의 총수 손 마사요시(孫正義ㆍ손정의)회장의 고조모 산소였다. 대구시 동구 도동 향산마을에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 자산은 166억 달러 정도로 현재 일본 최고의 슈퍼리치다.
 |
| 지난 달 31일 대구 동구청 직원들과 종중대표 등 20여 명이 함께 손정의 회장 고조모 묘소를 벌초했다. [사진=대구 동구청] |
비록 자신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아버지는 대구 동구 입석동이 고향이다. 손 회장의 일가친척인 ‘일직 손씨’ 50여 가구는 지금도 동구 도동에 집성촌을 이뤄 살고 있다. 손 회장의 10대조부터 증조까지 조상묘 15기도 도동 팔공산 일대에 위치했다. 대구 동구청이 손정의 회장의 뿌리가 대구 동구임을 강조하는 이유다. 구청은 종종 대구 동구를 손정의 회장의 ‘고향’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구 동구청은 2011년 9월 이재만 전 동구청장 임기 때부터 손 회장 조상묘를 돌보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추석을 앞두고 이 전 동구청장과 과장급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 벌초를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강대식 신임 동구청장은 그 바통을 이어받아 4년째 정성을 쏟고 있는 것.
동구청이 손 회장의 조상묘역을 손수 벌초해주는 이유는 손 회장 가족이 일본에 있고, 친척들이 고령이어서 벌초가 어렵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구 동구에 대한 손 회장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대구 동구는 2009년 유치한 첨단의료복합단지에 국내외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손 회장을 바라보는 동구청의 시선은 유달리 애틋해 보인다. 대구 동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일본 최고의 기업가로 성공한 손 회장이 투자를 해준다면 투자효과 뿐만 아니라 그만큼 홍보효과도 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전 구청장은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보낸 초청장을 통해 손 회장의 대구 방문을 요청한 바 있다. 2012년엔 벌초 장면을 담은 CD를 손 회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손 회장 쪽에선 별다른 답변이 없다고 한다.
왜 손 회장이 아직 묵묵부답인지 확실히 밝혀진 건 없다. 그러나 조상을 잘 모신다 해서 손 회장 개인에게 해가 될 것 같진 않다.
풍수전문가인 천성조 영남대 평생교육원 교수는 2011년 8월 손 회장 선조의 산소를 “봉황포란형(鳳凰抱卵形)의 둥지로 거부(巨富)가 날 자리”라면서도 “선조를 잘 모시는 것은 수성(守城)의 근본”이라고 평했다. 대구 동구청은 오늘도 손정의 회장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factis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