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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사이트 ‘일상의 성차별’ 6만건 수집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아버지는 전화해서 항상 남자친구가 잘 돌봐주냐고 물어요. 저도 성인인데….” “남자 상사가 성차별한다고 하면 과민반응 하지 말라고 하지만, 성추행 당했다고 하면 내가 빌미를 제공했다고 하죠.” “미디어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도한다고 지적하면 분위기 깨는 말 하지 말라고 해요.”

영국의 ‘일상의 성차별(everyday sexism)’ 사이트가 모집한 생활 속에서 나타난 성차별 사례들이다. 2년 전 설립된 이 사이트에 보고된 성차별 사례가 최근 6만건을 돌파했다.

3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사이트의 트위터 팔로워는 16만명이 넘는다. 첫해에만 접수된 성차별 사례는 2만5000건에 달했다. 

아동용으로 판매된 ‘성형수술’ 애플리케이션에 게재된 이미지. ‘일상의 성차별’ 사이트는 소녀들에 성형수술을 권하는 사이트에 반대운동을 벌여 결국 퇴출시켰다. [사진=아사히신문]

한 트위터에는 “한달 전부터 30대 남성이 따라다니는데 ‘너의 미소가 나와 자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 고작 15세인데!“라는 글이 올라왔다.

또 “지리 시간에 포스터를 만드는데 한 남학생이 남자는 이런거 안 만든다며 한나(여자 동급생)에게 시키라고 해 어이가 없었다”는 글도 있었다.

사이트를 처음 개설한 로라 베이츠(28)는 개설 동기에 대해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런던에서 여배우 일을 시작했지만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성을 그리는 시나리오와 광고에 실망했다”면서 그런 와중에 “버스에서 몸을 만지는 추행을 당했고 집까지 따라오는 남성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며 “다른 여성들로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이트를 처음 만들고 난 후 100명 정도의 게시물을 기대했지만, 인도, 브라질, 독일, 멕시코,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여성들의 성차별 사례가 폭주했다.

현재 이 사이트는 19개국 버전으로 운영되고 있다. 목적은 ‘여성들이 매일 경험하는 성차별 사례 모으기’다.

심한 차별과 소소한 차별 , 완전히 일상화돼 ‘항의조차 생각하지 않는 차별’까지 모든 차별이 대상이다. 기록을 남기고 그 체험을 공유해 “성차별이 존재하고, 여성이 매일 직면하고 있으며, 문제를 제기해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사이트 측은 밝혔다. 

‘일상의 성차별’ 웹사이트.

실제로 16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일상의 성차별’의 위력은 컸다. 아동용 ‘성형수술(Plastic Surgery)’ 애플리케이션을 철회시킨 것도 그 성과 중 하나다.
9세 이상에 판매된 이 애플리케이션에는 “지나친 과체중으로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여성”이 지방 흡입수술을 하는 것으로 “날씬하고 예뻐질 수 있다”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응용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화면에는 바비인형을 모델로 한 듯한 여성이 수술을 받는 일러스트가 게재됐다.

이에 대해 ‘일상의 성차별’은 앱 소개 이미지와 함께 “아이들에 이런 쓰레기 같은 것을 판매하는 것은 재고되야 한다”고 트윗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를 약 4000명이 리트윗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돼 결국 이 앱은 올해 1월 애플과 구글에서 퇴출됐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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