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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즈니스의 경계는 어디?… 美 케첨社의 고민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국내 광고홍보회사가 일본 국가 이미지 홍보를 맡는다면….’

비즈니스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계약관계에 따른 업무수행은 업체 고유의 권한이지만 정치적ㆍ사회적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면 재고의 여지가 있다. 미국 커뮤니케이션 컨설팅회사인 케첨(Ketchum)사가 바로 이런 고민에 빠져 있다.

세계 2위 광고회사 옴니콤그룹의 광고ㆍ마케팅 사업부 가운데 하나인 케첨은 지난 2006년부터 러시아의 국가 이미지 홍보를 맡았다. 러시아는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케첨과 계약을 맺고 대대적으로 이미지 홍보를 했다.

상세한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러시아가 케첨에 지불한 금액만도 수천만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케첨의 홍보활동에 만족한 러시아는 지난 2012년 계약을 연장하고 홍보와 컨설팅 업무를 맡겼다. 이밖에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국영은행인 VTB 등의 홍보업무도 진행했다. 2007년에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이 오를 수 있도록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는 소치 동계올림픽 홍보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서방의 각종 제재안이 발동되면서 ‘신냉전’의 이미지 전쟁 한가운데 서게 된 케첨은 난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입장의 변화가 필요했다.

NYT가 회사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케첨 내 러시아와 관련된 업무를 하던 사람은 한 때 30여 명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1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전하면서 가스프롬과의 계약도 최근 종결지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조지아 사태 때도 러시아와의 계약을 중단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고객을 응대한다는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평가하면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다. 주된 목표는 러시아의 투자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한편으로 케첨은 여전히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고문들과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 관료들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응대하는 것, 친러단체들과 연락을 취하는 일상적인 업무 뿐만 아니라, 워싱턴, 뉴욕, 브뤼셀 등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관점을 매일 단위로 분석하고 언론 보도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케이시 지본스 케첨 워싱턴 지사 러시아 담당 대표는 “우리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마지막 그날까지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라며 “언제나 완벽하지 않고 흑과 백으로 분명히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첨만이 이같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던 것은 아니다. 2011년 워싱턴 소재 광고회사인 브라운 로이드 제임스는 시리아 대통령인 바샤르 알 아사드의 아내인 아스마 알 아사드를 유명 패션잡지 ‘보그’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사막의 장미’란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지만 곧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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