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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셀렙] 왕실 개방, 지방 투어… 세계 로열 패밀리들의 명절 풍경
[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전 세계 어디서나 명절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그런 명절을 맞이하는 각국의 왕실 또한 이 날만큼은 남다른 하루를 보낸다. 평소에는 일반인들과 거리를 둔 채 그들만의 성에서 지냈다면 명절에는 ‘신비주의’를 벗어 던지고 대중 속을 파고든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세계 왕실의 명절 풍경을 살펴봤다.

이슬람권 국가들은 한 달간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면 비로소 대명절을 맞이한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고 있는 브루나이에선 명절은 ‘왕궁의 문이 열리는 날’이다. ‘하리 라야 아이들 피트리(Hari Raya Aidil Fitri)’라는 이름으로 2일 간의 명절을 보내는 동안 하사날 볼키아(Hassanal Bolkiah Muizzaddin Waddaulahㆍ68) 국왕은 평소 굳게 닫혀 있던 왕실을 개방해 일반인들에게 내부를 공개한다. 나이나 출신지에 관계없이 이 날은 모든 평범한 시민들이 왕궁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궁을 방문한 모든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왕실의 문은 열렸다.

올해에도 명절 ‘하리 라야’를 맞아 브루나이 왕궁에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브루나이 사람들은 그동안 상상만 해왔던 궁전 담장 너머의 세계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인 만큼 미리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막상 궁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화려한 샹들리에나 호화로운 뷔페 음식 같은 것들이 아니다. 이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바로 브루나이 왕실 가족들과의 만남이다. 국왕과 그의 가족들은 궁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악수를 하기 때문이다. 단, 여성 방문객은 왕실 가족 중 여성하고만 인사를 해야 하며 남성도 국왕을 포함한 남성 왕실 사람들하고만 인사를 한다. 

브루나이 왕실 사람들은 일렬로 서서 왕실을 찾은 방문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왕실 사람들은 5시간이 넘도록 선 채로 수만 명의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이 날은 1년 중 왕실이 가장 바쁜 때이기도 하다. 덕분에 왕실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명절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국왕과 그의 가족이 보여주는 섬세한 배려 덕에 브루나이 국민들은 왕실에 대해 높은 호감도를 갖고 있다.

네덜란드의 최대 명절은 ‘국왕의 날(King’s day)’이다. 네덜란드에선 오랫동안 여왕이 왕좌를 지키면서 ‘여왕의 날(Queen‘s day)’이라는 이름으로 명절을 지내왔다. 그러나 작년 4월 베아트릭스 전 여왕(76)이 물러나고 빌럼 알렉산더 왕세자가 즉위하면서 이름도 ‘국왕의 날’로 바뀌었다. 그리고 올해 4월 26일, 123년 만에 ‘국왕의 날’을 맞이했다.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 국왕과 막시마 왕비는 올해 4월 De Rijp시를 찾아 환대를 받았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왕실의 명절 풍습은 변함이 없다. 이 날 오렌지색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면서 네덜란드 전역이 오렌지빛으로 물든다. 왕실 가족들은 매년 명절을 맞아 2개 도시를 직접 방문해 해당 도시에서 준비한 행사를 참관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올해는 소도시 중에서 ‘그래프트-드 레이프(Graft-De Rijp)’시, 대도시 중에서 암스텔빈(Amstelveen)시를 찾았다. 알렉산더 국왕과 막시마 왕비는 각 지역에서 준비한 공연을 공연을 관람하거나 주민들과 어울려 전통놀이를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이민자들도 이 행사에 참가하는데 올해는 한국이 초청을 받아 왕실 가족의 참관 하에 한복패션쇼와 부채춤, 태권도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에는 네덜란드 국왕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드 레이프(De Rijp)시에서 한국 교민들의 한복 패션 퍼레이드가 열렸다(좌), 왕실 가족들은 드 레이프시에 이어 암스텔빈(Amstelveen)시도 찾았다(우)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인 만큼 모처럼 궁을 벗어난 왕실 가족들은 시민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수많은 인파에 노출돼다 보니 아찔한 사고를 겪기도 했다. 지난 2009년 베아트릭스 여왕 시절 ‘여왕의 날’을 맞아 방문한 아펠도른에서 한 검은색 차량이 여왕과 당시 알렉산더 왕세자 부부가 탄 버스를 향해 돌진하다가 수십 명의 군중을 친 뒤 기념탑에 충돌한 사고가 있었다. 검은색 차량 운전자는 직장에서 해고된 것에 대한 불만을 품고 왕실 가족을 공격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왕실 가족의 모습. 오른쪽 여성이 베아트릭스 전 여왕이다.

이웃국가인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모습도 서로 닮아 있다. 스웨덴은 구스타브 1세가 국왕에 즉위한 날인 6월 6일을, 노르웨이는 헌법이 제정된 5월 17일을 국경일(National Day)로 정하고 최대 축제를 벌인다. 기념일을 맞아 두 나라 왕실 사람들은 자국의 전통 복장을 착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절 때 한복을 입는 것과 같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두 나라의 왕실 가족들은 특정한 날마다 앞장서서 전통 복장을 입은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고유의 멋을 알리려 한다. 

스웨덴 칼 구스타프 국왕의 막내딸 마들렌 공주 부부의 모습

올해 스웨덴 국경일에는 국왕의 막내딸 부부가 주목을 받았다. 칼 구스타프 국왕의 막내딸 마들렌공주는 기념일을 맞아 노란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전통 복장을 입고 등장했다. 그녀의 3살 난 딸도 똑같이 전통복장을 입은 채 엄마 품에서 잠든 모습이었다. 이 날 스톡홀름에 있는 야외 박물관에선 왕실 가족의 참석 하에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데 역시 전통복장을 입은 아이들이 나타나 왕실 가족들에게 꽃다발을 선사한다. 노르웨이 국왕 해롤드 5세와 그의 가족들도 국경일이 되면 붉은색 전통 복장을 입은 채로 왕궁의 테라스에 나와 시민들에게 인사를 한다. 올해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노르웨이 헌법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하느라 마샤 루이스 공주 가족은 불참했다. 대신 마샤 공주와 그의 딸들은 런던 행사에 자국 전통의상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노르웨이 궁전 테라스에 모습을 드러낸 왕실 가족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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