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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하이라이프]말(馬)에 푹빠진 억만장자들
[특별취재팀=민상식 기자ㆍ양영경 인턴기자]한살된 암망아지를 사는데 무려 90억원이 든다? 2013년 영국 서퍽(Suffolk)에서 열린 경주마 경매에서 카타르 왕족 조안 알타니는 840만 달러(약 90억원)를 들여 경주마 한 필을 낙찰받았다. 지난 2006년, 경주마 ‘마법 로맨스(Magical Romance)’가 800만달러(약 85억원)에 낙찰된 기록을 깬 것이다. 경주 기록도 없는 말을 세계 최고가에 샀다는 사실엔 수많은 의문이 있지만, ‘개인의 기호’를 무시할 수 없단 분석이 크다.

말(馬)에 대한 애정은 수많은 억만장자들을 마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세계의 왕족, 경마 재벌은 물론 부업으로 말에 투자하는 억만장자 등 그 배경도 가지각색이다. 심지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들도 말에 열광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이들의 애정만큼이나 말에 들이는 정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케니 트라우트(Kenny Troutt)

미국 통신업체 엑셀 커뮤니케이션즈(Excel Communications)의 창업주인 케니 트라우트(Kenny Troutt)는 본업보다 말에 더 빠진 억만장자다. 그의 고등학교 시절 삼촌은 경마를 자주 보러다녔다. 이를 통해 말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대학시절 직접 켄터키 더비를 보러다니며 말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통쾌함을 맛봤다. 그리고 1970년에는 저렴한 말들을 하나 둘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가 본업에서 부를 쌓으면 쌓을 수록 말에 지출하는 금액도 커졌다. 2000년대에 들어와 아예 윈 스타(Win Star) 말 농장을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말을 기르는데만 100만 달러(약 10억원)을 들 였다.

그가 말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말이 꿈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은 예측할 수 없었던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최선을 다해 더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꿈을 준다고 한다. 이는 그가 올림픽 트로피를 가지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한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동선 승마 국가대표 선수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출처=헤럴드경제 DB·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자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44)은 말을 사랑하는 부호로 유명하다. 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 경마청(EHRA), 아라비안 경마청 국제연맹(IFAHR)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만수르는 말 마라톤 선수로 활동할 정도로 경마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말 마라톤이나 국제 대회인 자이언트 인듀런스 챌린지(Giant Endurance Challenge) 등에 여러차례 참여해 우승한 적도 있다. 특히 만수르가 기획해 2009년 시작한 ‘셰이크 만수르 글로벌 아라 비안 경마축제’는 매년 세계 유명도시를 돌며 개최되고 있다.

아부다비 왕자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44)이 UAE 국제 말 마라톤대회인 ‘자이언트 인듀런스 챌린지(Giant Endurance Challenge)’에 출전해 말을 타고 있는 모습

만수르의 장인이자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65) UAE 부통령 겸 국무총리도 전 세계 경마계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세계적인 마주법인 ‘고돌핀(Godolphin)’을 세워 유럽, 미국, 호주 등의 주요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또 사위인 만수르와 함께 직접 말 마라톤 대회에 선수로 출전하기도 한다.

무함마드 UAE 부통령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1996년 창설한 두바이월드컵은 지속적인 투자로 세계적인 국제경마대회로 자리잡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말 사랑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갤러리아 승마단의 운영과 한화그룹배 전국승마대회를 개최로 승마 협회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65) UAE 부통령이 자이언트 인듀런스 챌린지에 출전해 말을 타고 있는 모습

한화의 말 사랑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은 창업주 故 김종희 회장으로부터 이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당시 김종희 회장은 한국 승 마 대표팀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외국에서 말을 구해올 정도로 열성이었다. 


이후 김승연 회장을 거쳐 지금은 김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국가대표 승마선수가 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부문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말과 동고동락한 세월이 길다. 그 경력을 살려 지난 8월에는 그의 제안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승용마 경마가 열렸다. 승용마는 선수들의 국제 종목 출전은 물론 일반인들의 취미활동을 지원하는 마종으로 경주마와는 차이가 있다. 말에 대한 소소한 애정으로 부터 시작한 일이 한국의 말 산업 변화를 어떻게 이끌지 기대가 쏠리는 것이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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