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 배차관리인 등 확충…졸음 예방위해 임시정차 허용도
#. 지난해 9월12일 오후 7시1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공항버스 1대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의정부 나들목 인근에서 진출 대기 중이던 차량 8대를 잇따라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6대에 불이 붙으면서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결국 2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경찰은 공항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공항버스는 노선 특성상 장거리 운행을 할 수 밖에 없다. 많게는 한번에 3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고 170㎞를 내달리기도 한다. 운행 중에는 마땅히 쉴만한 곳도 없어 항상 과로운전(2시간 이상 운전)에 노출돼 있다. 공항버스에 속도 제한 장치를 장착하고, 운행 중 졸음 예방을 위해 무선통신장비로 경고음을 발송하기도 하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공항버스 교통사고는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공항버스 4개 업체(공항리무진ㆍ대한항공ㆍ한국도심공항ㆍ서울공항리무진)에 접수된 교통사고는 31건으로, 1년 전보다 63.1%(12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1명에서 3명으로, 중상자는 9명에서 19명으로 크게 늘었다. 공항버스는 주로 고속으로 운행을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바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공항버스 안전대책을 내놨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시민들의 안전 의식이 높아진데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안전 도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시는 우선 공항버스 운전기사 인력을 시내버스 수준인 1대당 2.39명을 확보하도록 지시했다. 공항버스 1대당 운전기사 인력은 대한항공이 2.62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도심공항이 1.86명으로 가장 적다.
서울공항리무진(2.29명)과 공항리무진(2.37명)도 서울시 권고 수준에 못 미친다. 또 배차관리 인력을 확충하고 교통사고 발생 시 최초 보고자를 각 업체의 배차책임자로 일원화해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도록 주문했다.
운행중 졸음 예방 등 휴식을 위한 임시정차도 허용된다. 서울시는 공항버스 운전기사가 고속도로 운행 중에 졸음이 밀려올 경우 영종도휴게소에서 5분 가량 정차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행 중 운전기사의 동작이나 반응이 급격히 느려질 경우 자동으로 경보음이 발생하는 장치나 신체리듬을 관리하는 손목밴드 등 졸음운전 방지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최근 3년간 사망 교통사고가 발생한 공항버스 운행업체를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하고, 월 1회 정기적으로 사고예방 추진사항을 점검한다. 아울러 내년 초로 예정된 한정면허 갱신 평가에서 교통사고지수 배점을 현행 20점에서 30점으로 상향 조정해 사고가 줄어든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