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탈리아 여성 외무장관인 페데리카 모게리니가 차기 유럽연합(EU)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됐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밝혔다.

모게리니는 캐서린 애슈턴 현 외교안보 고위대표 후임으로 오는 11월부터 5년 동안 EU의 외교를 책임진다.

지난 2월 비교적 젊은 나이인 41세로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내각의 외무장관이 된 모게리니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는가 하면 발틱 국가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그의 친 러시아적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 등 EU 좌파 정부의 지지에 힘입어 이날 외교안보 고위대표에 선임됐다.

모게리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으로 한층 복잡해진 우크라이나 사태를 풀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모게리니 장관은 외교안보 고위대표에 지명된 다음 기자회견에서 “EU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제재 수위를 논의하고 있지만, 외교적 해결 방법도 열어둬야 한다”면서 “이 둘을 잘 결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EU는 또 각국 지도자들을 대표하는 직책인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뽑았다.

투스크 총리는 헤르만 반 롬푀이 현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이어 EU 회원국 정상회의를 진행하면서 막후에서 정상들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원한 투스크 총리는 폴란드의 반공산주의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동구에서 보수권 인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여성 중도 좌파 정치인인 모게리니를 외교안보 고위대표에, 남성 보수 정치인인 투스크를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뽑은 것은 성별, 지역, 정치성향 등을 고려한 절충안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두 명의 EU 고위직 선출로 EU는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 후 지도부 교체 작업을 마무리하게 됐다.

앞서 지난달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EU 행정권력의 수장인 집행위원장에 선출됐고,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재선됐다.

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