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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햄릿’ 오바마, ‘신중한 소통 리더십’의 위기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시리아 공습계획과 관련) 아직 전략은 없다”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내 IS(이슬람국가) 교두보에 대한 공습을 앞두고 또다시 머뭇거리고 있다. 주요 외교현안에서 고비때마다 멈칫 거리며,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특유의 ‘햄릿’형 외교전략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시리아 공습 계획과 관련, 아직 구체적인 전략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해 공습을 감행하더라도 상당기간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암덩어리 IS’에 대한 응징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도 시리아 공습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일의 순서를 뒤바꿔서 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전략은 없다”고 말했다.

취임이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신중한 소통’으로 요약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강력한 제왕적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독단적 결정보다 합의에 기초한 판단을 선호한다. 상대방의 말을 항상 경청하고 여러 사람들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경쟁 관계인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집권 1기 시절 핵심 공약인 ‘오바마케어’를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 내 반대파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들을 백악관에 불러 직접 설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2012년 ‘재정절벽’을 앞두고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땐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불러 독대하기도 했다. 베이너 의장과 가진 골프 회동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손수 카트를 몬 일은 그의 수평적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이러한 소통의 리더십은 40대의 ‘젊은 대통령’을 백악관에 앉힌 자산이자, 그의 재선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이다. 전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가 일방적 대외정책으로 지탄을 받는 가운데, 소통이란 미덕을 앞세우고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이 열광적 인기를 끈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집권 2기 2년째를 맞는 올해,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 간 분쟁과 이라크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전까지 유럽과 중동지역 정세가 갈수록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어서다. 미국을 패권국으로 한 G1의 국제 질서가 무너지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힘의 공백을 틈타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제한적 개입주의’를 내세운 오바마 대통령의 신(新) 외교 독트린이 초래한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10대 흑인 총격 사망 사건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에도 변함없는 현실에 그의 최대 지지층인 흑인 사회가 분노로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 속 휴가를 떠나 골프를 즐긴 것도 대중의 공분을 샀다.

시리아 공습을 앞두고 또다시 멈칫거리고 있는 것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라크 수니파 반군인 ‘이슬람국가’(IS)의 최근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 사건을 계기로 IS 공습 작전 범위를 시리아로 확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들끓는 가운데 미국이 금주 초 시리아에 대한 정찰비행을 시작하면서 공습이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지금 당장 시리아 공습에나서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AP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즉각적인 시리아 공습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보도했고, AFP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 임박’ 관측을 낮췄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신(新) 외교 독트린의 골자인 ‘다자적 개입주의’ 원칙에 따라 이라크든 시리아든 미국 단독으로 군사적 행동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

미 정가에 밝은 한 소식통은 “시리아 공습은 또 다른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이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신중한 소통의 리더십’에 대한 미국인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신중함을 넘어 우유부단하고, 답답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경론자들은 강인한 미국이 무기력해졌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이래 최저 기록인 40%로 추락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실패’라고 규정하며 칼끝을 겨누고 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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