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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운 학생들이 또 다른 멘토가 된다면 그게 보람이죠”
서대문구 대학생 방과후 수업 멘토링 현장 가보니…
관내 저소득층 고교생 모집…구청 회의실 등 교실로 제공
대학생과 함께 대입의욕 불태워…주말엔 1대1 인성교육까지 실시



지난 25일 오후 6시 서대문구청에 한 무리의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나타나 복도가 소란스럽다. 그 사이로 한 청년이 계단을 뛰어오른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달려오는 길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대학생 박민석(25)씨는 학생들과 눈인사를 주고 받으며 환하게 웃는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4층 강의실. 김밥과 우유를 펼쳐놓고 허기를 달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이 정겹다. 밝고 서글서글한 얼굴의 대학생 3명이 수업준비물을 챙기느라 부산하다.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자 학생들이 스스로 휴대전화를 한 곳에 모았다.

이들은 서대문구와 티치포코리아가 함께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수업을 담당하는 수학 멘토들이다. 강의는 모든 직원이 퇴근한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이뤄진다. 

대학생 멘토교사 권신영(오른쪽)씨가 1대1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분산의 정의가 뭐였더라? 기억 안나? 편차 제곱의 평균이라고 했지?” 수업을 끌어가는 선생님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사뭇 사설학원 강사인가 싶지만 무료봉사다.

현재 서대문구청에서 멘토링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교사는 총 13명이다. 대학생 책임교사 이지현(21)씨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3학년 박정원(22)씨,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4학년 박민석씨 등이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책임교사 이지현씨는 “지금 배우는 학생들이 다음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어준다면 더 큰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공부방은 2012년 8월부터 서대문구와 티치포코리아가 멘토링 협약으로 운영하고 있다.

티치포코리아와 함께 저소득 가정 고등학생 멘토링사업을 시작한 서대문구는 구청 본관에 강의실로 쓸 수 있는 회의실과 강의실 3곳을 교실로 제공하고 관내 저소득층 고교생 가운데 수업을 듣고 싶다고 희망하는 학생을 모집했다.

수업은 하루 1과목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약 4시간 동안 진행한다. 6시 30분에 모여 출석체크와 영어단어 시험을 본다. 수업시간은 7시부터 1교시 90분, 2교시 90분간 이뤄진다. 월요일에만 1교시 언어영역을 2교시에 외국어 영역을 진행한다. 평일은 수능대비 국ㆍ영ㆍ수 과목을 저녁 10시 30분까지, 주말은 저녁 10시까지 자율학습과 1대1 멘토링을 진행한다.

현재 이곳에서 서대문구 저소득층 고등학생 20여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은 관내 고등학교와 동주민센터에서 추천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자녀들이다.

특히 대학생 교사들은 국ㆍ영ㆍ수 과목만이 아니라 인성교육과 예술재능 멘토도 맡고 있다.

고교 3학년인 박미희(가명)양은 “기초가 부족한 수학을 배우고 있는데 성적이 많이 올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학생 교사 박정원씨는 “사랑이 부족한 친구들이라서 인지 의지하려는 경향도 있지만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길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문학과 진학을 꿈꾸고 있는 고교 2학년 윤미선(가명)양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수학 점수를 90점대로 끌어 올리겠다”며 “대학에 진학해 선생님들 같은 멘토를 꼭 해보고 싶다”했다.

서대문구는 각종 멘토링 사업(‘서대문-연세 드림 스타트’ ‘대학생 사회봉사 멘토링’ ‘티치포코리아 멘토링(공부방)’ ‘종근당 고촌재단 멘토링’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대학생 교사는 총 84명, 학생은 116명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우리 청소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은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원혁 기자/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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