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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동희> 참여재판 정립, 국회가 나서야
주권자인 국민이 형사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이 땅에 도입된 지 어느덧 7년째다. 2008년 2월 12일 대구지방법원에서 국내외 언론의 열띤 취재 속에 우리나라 사법역사상 최초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전까지 판사에 의한 재판만을 경험했던 우리에게 다소 생경한 이국적 제도로 느껴지기도 했다. 비법률전문가인 일반 국민의 참여를 달갑지 않게 보거나 재판비용의 증가 등을 내세워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 국민참여형 형사재판은 세계 각국의 보편적 재판방식이다. 영미법 국가의 배심제나 유럽각국의 참심제가 그것이다. 근대 민주주의 태동 이후 사법권 영역은 직접민주제를 실현하는 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돼 있다. 그간 선출되지 않은 소수 직업법관에게 사법권을 독점시켜준 우리의 제도가 오히려 비정상이었다. 이런 국민배제형 형사재판은 일제 군국주의의 잔재기도 하다.

현행 국민참여재판법은 시범실시를 위한 과도기 입법이었다. 입법 당시 약 5년간 시범실시한 후 대법원에 국민사법참여위원회를 구성해 우리의 사법환경에 적합한 최종형태를 결정하도록 명시했다. 시범실시라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에는 권고적 효력만을 부여했고, 사건 수를 제한하기 위해 피고인이 신청한 때만 실시하되 신청하더라도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상소심에서 번복도 금지되지 않았다.

지난해 누적 시행건수가 1000건을 넘어섰다. 비록 시범실시였지만 실제 재판실무에도 많은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 조서재판, 졸속재판의 오랜 관행을 치유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증거에 기초한 재판이 실현되고 있다. 이는 억울한 처벌을 줄이는 토대가 된다. 배심원 평결의 92%가 그대로 판결로 이어져 비전문성의 우려도 기우가 되었다. 국민 상식과 법감정에 부합하고, 권력의 전횡을 견제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배심원 평결이 구속력을 가진다면, 변호인은 법관 인맥쌓기가 아니라 변론활동에 주력하게 된다. 이는 법조유착을 근절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3월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최종안을 의결했다. 3/4 이상의 가중다수결제를 채택하면서 법령 등 위반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하도록 했다. 피고인이 신청하지 않아도 법원이 참여재판을 실시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구속력은 없어 본격적인 실시에는 걸맞지 않다. 신청사건 중심으로 실시되고 배제결정이 쉽게 허용된다면 일부 재판에만 적용되는 전시성 제도에 머물 우려도 있다.

그런데 법무부에서는 한 술 더 떠서 별도 추가 개정안을 내놓았다. 논란이 있었던 공직선거법위반의 대상사건 제외, 검사의 배제결정 신청권 부여, 배심원평결 배척사유의 확대 등 참여재판을 위축시키는 내용들이다. 위원회를 통해 최종형태를 결정하도록 한 국회의 입법취지에도 반(反)한다. 우리에게 국민참여재판의 본격시행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사법선진화 등 각별한 시대적 가치를 지닌다. 국민참여재판 바로세우기,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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