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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강서서 김미숙 가정폭력전담팀장 “피해자 새삶 찾아주는 게 열정의 원동력”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피해자들이 새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할 때, 바로 그 순간 때문에 이렇게 일하는 것 같아요.”

서울강서경찰서 가정폭력전담팀장 김미숙(56ㆍ여ㆍ사진) 경감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가정폭력 사건에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김 경감은 가정폭력 전문가다. 경찰 내부에서도 공로를 인정받아 가정폭력을 담당하는 경찰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 7월18일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진했다.

김 경감은 1977년 12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경찰관이 됐다.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본격적으로 가정폭력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것은 재작년 11월부터였다.


가정폭력은 112 신고가 이뤄지더라도 가해 남편은 단순 부부싸움이라고 발뺌하고, 아내는 보복 등이 두려워 경찰에 자초지종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 경감이 부임 후 알아본 결과 2012년 강서경찰서에 접수된 가정폭력 112 신고 건수는 한달에 200건, 연간으로 치면 2400건이나 됐지만 정식 형사 입건된 것은 겨우 50여건에 그쳤다. 집 안에서 이뤄지는 끔찍한 폭력 대부분이 그냥 ‘없던 일’처럼 묻혀지고 있었다.

김 경감은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던 피해자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해결에 나서도록 설득했다.

그는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상담사를 대주고 출장 방문하는 등 발로 뛰니까 2013년에는 100여건, 올해는 현재까지 벌써 140여건의 가정폭력 사건이 음지를 벗어나 정식 형사 입건 처리됐다”고 했다.

김 경감은 “덕분에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며 “요즘 바쁠 때는 하루에 10명 넘게 전화 통화를 하고 상담을 하러 나간다”고 했다.

그가 이처럼 가정폭력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경찰이 노력만 하면 피해자들이 새 삶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60대 할머니는 머리카락이 뭉텅 뽑혀진 채로 지난 6월 경찰서를 찾았지만 남편 처벌을 극구 꺼려했다. 김 경감은 하는 수 없이 전자제품 대리점에 함께 가서 휴대폰으로 폭언 등을 녹음하는 방법, 112 신고하는 법 등을 알려주고 “같은 일이 벌어지면 꼭 신고하시라”고 당부하며 그를 돌려보냈다.

할머니는 이달 다시 “남편이 칼로 위협했다”며 경찰서를 찾았고, 이번에는 김 경감이 남편에게 직접 경고 조치를 하는 등 적극 개입할 수 있었다.

김 경감은 “가정폭력 사건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처벌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해결”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강서경찰서는 가정폭력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부를 매달 초청해 전문가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부부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한 번은 부부가 마음을 터놓으면서 같이 펑펑 우는데 얼마나 가슴이 얼마나 아프던지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가슴 아파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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