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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라희 vs 김창일…한국을 대표하는 두 파워컬렉터의 ‘소장품 대결’
홍라희 관장의 리움 컬렉션
삼성미술관 리움 10돌 기념전
미술계 파워리더 부동의 1위
홍라희 관장 소장품 대중에…

김창일 회장의 아라리오 컬렉션
옛 공간 사옥 아라리오뮤지엄
김창일 회장 컬렉션 3700여점중
내달 개관 기념전서 96점 공개



데미안 허스트, 루이스 부르주아, 알베르토 자코메티 vs 키스 해링, 코헤이 나와, 트레이시 에민….

국내를 대표하는 두 파워 컬렉터의 소장품들이 대중앞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관 10주년 기념전과, 건축가 김수근의 옛 ‘공간’ 사옥에 새롭게 둥지를 튼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이하 아라리오뮤지엄)’가 여는 대형 전시에서다.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인 리움과 이에 도전장을 내민 아라리오뮤지엄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근ㆍ현대 거장들의 대표작들을 대거 쏟아낸 두 전시는 각 뮤지엄의 수장인 홍라희(69) 리움 관장과 김창일(63) ㈜아라리오 회장의 소장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파워컬렉터 2인의 컬렉션 대결로도 보여진다. 

한남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 리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첫 전관 전시를 열었다. 동ㆍ서양, 근ㆍ현대 작품들이
‘교감’을 주제로 한 데 어우러져 있다. [사진제공=리움]

▶홍라희 관장의 리움 컬렉션은=마리오 보타, 렘 쿨하스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손에 의해 탄생한 리움. 건축물 자체가 예술적 가치를 지닌 한남동의 랜드마크 리움의 수장은 ‘아트 러버’로 정평이 난 삼성가의 안주인 홍라희다.

홍라희 리움 관장은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파워리더로 수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홍 관장의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이 공식적으로 미술관의 실무를 이끌고 있으나, 컬렉션과 기획전 등 핵심 사안은 홍 관장에 의해 결정된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리움이 근ㆍ현대, 동ㆍ서양 등 시공간을 아우르는 거장들의 작품 230여점을 ‘교감’이라는 주제로 첫 전관(全館) 전시를 선보였다. 리움의 자랑인 한국의 국보급 고미술과 세계적인 현대미술 컬렉션이 시대교감, 동서교감이라는 주제로 어우려져 재구성된 전시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의 1세대 고미술 컬렉터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컬렉션과, 제프 쿤스, 부르주아, 자코메티 등 세계 현대미술 애호가인 홍라희 관장의 컬렉션이 ‘시대교감’하며 한자리에서 조우하는 전시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신라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국보 196호)’와 ‘아미타삼존내영도(국보218)호’ 등 불경, 불화를 가운데에 놓고 양 옆에 마크 로스코의 추상회화와 자코메티의 조각을 나란히 전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고려 12세기 ‘청자양각운룡문매병’ 뒤에는 청자의 빛과 기운을 평면에 담아낸 바이런 김의 유화 작품을 배치하기도 했다.

또 1950년대 한국 단색화 1세대인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김환기의 작품은 로니 혼의 유리조각 작품, 엘즈워스 켈리의 ‘청-록’ 작품 등과 함께 미니멀리즘을 주제로 한자리에 묶었다.

이 밖에도 부르주아의 ‘밀실’ 설치 연작 중 1점과 허스트의 박제 비둘기 작품 등 홍라희 관장의 컬렉션 ‘취향’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홍라영 총괄부관장은 “그동안 한국의 현대미술이 서양미술의 아류라는 비판도 많았고 그 때문에 함께 전시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이제 한국 현대미술도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로 개념화(Conceptualize)해 나란히 전시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전시의 취지를 밝혔다.

리움의 전시회는 12월 21일까지 볼 수 있다.

김창일 회장의 대표적 컬렉션인 요르그 임멘도르프, 키스 해링, 수보드 굽타, 코헤이 나와의 작품들(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김창일 회장의 아라리오뮤지엄 컬렉션은=35년간 3700여점이라는 방대한 규모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김창일 회장이 율곡로(종로구 원서동)에 위치한 옛 공간 사옥을 사립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재정난을 겪던 공간건축사사무소가 내놓은 공간 사옥을 김 회장이 현금 150억원을 주고 매입해 9개월에 걸쳐 뮤지엄으로 리모델링했다.

오는 9월 1일 ‘그랜드 오픈’을 앞둔 아라리오뮤지엄 개관전에는 김 회장이 세계 곳곳을 돌며 수집한 마크 퀸, 코헤이 나와, 피에르 위그, 트레이시 에민, 수보드 굽타 등 굵직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96점이 공개된다.

김 회장은 2009년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 2007년 독일 ‘모노폴리’가 선정한 ‘세계 100대 컬렉터’로 이름을 올린 빅컬렉터지만,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싹쓸이’하듯 매입하는 컬렉션 스타일로도 ‘악명’이 높다.

김 회장 스스로 “뉴욕의 가고시안갤러리 전시회에서 열렸던 신디 셔먼의 작품을 1점 빼고 모두 사들였다”고 자랑할 정도다. 2000년대 이후 들어서는 찰스 사치(영국의 큰 손 컬렉터이자 사치갤러리 대표) 다음으로 영국 컬렉션을 많이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때문에 미술계 일부에선 김 회장을 보는 차가운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위 ‘비전공자’가 시장을 흐린다는 이유다.

이에 대한 ‘울분’이라도 풀 듯 김 회장은 그동안 모은 소장품들로 지상 5층 뮤지엄의 오밀조밀한 공간들을 빼곡히 채웠다. 김 회장은 “교향악단의 마에스트로가 된 기분”으로 ‘공간’이라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의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장품들을 엄선해 배치했다.

‘꽂히는 작가’의 작품을 집요하게 사들이는 컬렉터답게 한 공간에 한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채워놨다. 요르그 임멘도르프의 방, 피에르 위그의 방, 트레이시 에민의 방 등의 콘셉트로 꾸며 놓아 마치 각 작가들의 개인전을 보는 듯 하다.

김 회장은 오는 10월 1일에는 제주도에 탑동시네마 건물, 탑동바이크샵, 동문모텔 3곳을 리모델링한 뮤지엄을 동시에 오픈한다. 내년 1월 동문 쪽에 오픈하는 뮤지엄까지 합하면 총 5곳에 사립미술관을 열게 된다. 예술에 대한 진정성과 막강한 ‘현금 유동성’을 무기로 미술관 사업에 본격 도전장을 낸 셈이다.

아라리오뮤지엄의 전시는 김 회장이 소장품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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