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걸면 다 걸려요” 출판기념회…제도 개선 필요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000만원을 내면 책을 실은 차가 회사 앞으로 옵니다. 우리는 몇권만 꺼내고 차째 다시 보내죠.”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이을 당시, 강남 소재 한 회사가 특정 국회의원의 책을 구매했던 방식이다. 소위 ‘책 차떼기’ 방식이다. 실제로는 정치자금 또는 입법 로비 자금이 의원에 전달된 것이지만 명목상으론 책 구매비로 잡힌다. 해당 관계자는 “책 구매비란 명목을 만들기 위해 책이 배달되죠. 사진도 찍습니다. 그러나 누가봐도 면피용”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를 정조준하면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그간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돈이 부족한 국회의원들과, 의원들의 권력이 필요한 업계의 공공연한 ‘인사 자리’로 활용돼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불법 로비 창구로 출판기념회가 사용되는 것을 차단키 위한 입법 작업에 착수했다. 입법 방향은 개최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기념회 수익 자금을 투명하게 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검찰 수사가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 움직임으로 이어지게 된 것은 그간 출판기념회를 열었던 의원들 절대 다수가 사실상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산하단체가 많은 상임위원회의 경우 간사는 3억원, 위원장은 5억원 이상을 단 한번의 출판기념회로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모을 수 있는 액수가 큰만큼, 그 안에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반드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걸면 다 걸린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출판기념회를 연 국회의원 수는 192명에 이른다. 검찰이 이들에 대해 수사 칼끝을 들이밀면, 절대 다수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직무연관성이 있을 경우 뇌물죄로 처벌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법원이 지난 21일 늦은 밤 출판기념회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신학용 의원에 대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도 ‘걸면 다 걸리는’ 것이 현실이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법원은 신 의원의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측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출판기념회와 관련 “분명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탈세”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다른 한 측면에선 현행 정치자금법(오세훈법)이 정하고 있는 후원금 모금 기준(연간 최대 3억원)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출판기념회가 ‘창궐’하고 있는 원인인 오세훈법 개정 없이 출판기념회에만 제약을 가할 경우 의정 활동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 3선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선 ‘어쩔 수 없다’는 공감대가 크다. 비판이 커도 의원들이 크게 개의치 않는 이유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