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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범과 협상 거부’ 최선일까?…인질사망 논란 확산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테러조직과의 거래는 없다’는 것이 미국과 영국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기 전 1억유로(약 1357억원)의 협상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의해 제기되면서 정부가 취하고 있는 테러조직과의 무조건 협상 거부 원칙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의 기본 입장은 ‘협상은 없다’다. 인질범에 몸값을 지불할 경우 모방 범죄나 추가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은 테러리스트에 양보하지 않으며, 이는 몸값을 지급하지 않는 것 역시 포함된다”고 밝혔다.

하프 부대변인은 이 같은 몸값 지불이 미국 정부가 활동을 억제하려는 단체들에 자금지원을 하는 꼴이라며 이는 오히려 더 많은 납치를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들이 올해에만 IS에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지급했지만 미국 정부는현재 IS와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테러단체와의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한 IS는 미군의 공습이 계속될 경우 다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를 추가 살해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IS는 최근 3명의 미국인을 포함, 영국인 납치하고 협상금 지불이나 포로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이를 거절하고 있다.

한국도 테러와 관련, 지난 2011년 삼호주얼리호와 그 선원들이 피랍됐을때 협상을 벌이기보다 ‘아덴만 여명작전’을 실시했다.

당시 성공적인 진압작전으로 평가되긴 했으나, 작전 중 석해균 선장이 총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사진=위키피디아]

반면, 프랑스와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대응 방식이 다르다.

NYT는 올해 프랑스는 중재인을 통해 돈을 전달한 이후 4명의 자국 인질들을 구출했고, 스페인도 3명의 인질이 풀려났다고 전했다.

탈레반에 의해 납치돼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칼럼니스트 데이빗 로드는 폴리의 죽음이 공평치 못한 접근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계자와 대테러 전문가들은 납치 협상금을 지불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질에 대한 IS의 인식 역시 조금 다르다.

NYT는 IS가 단순히 살해를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들을 납치한다고 지적했다.

IS의 전신 이라크알카에다(AQI)의 지도자였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외국인 인질을 참수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아 ‘도살자들의 지도자(Sheikh)’라고 불리기도 했다.

협상을 벌이지 않겠다는 것은 이미 인질이 풀려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인질들의 극소수만이 탈출하거나 특수임무부대에 의해 구출되고, 나머진 계속 붙잡혀있거나 죽임을 당한다.

미국의 구출 시도가 언제나 성공을 장담하는 것만도 아니다. 지난 7월 폴리 구출작전도 실패했고 지난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선 영국인 린다 노그로브가 구출작전 도중 미 해군특수전부대(SEAL)가 던진 수류탄에 목숨을 잃었다.

이번 폴리 참수 사건을 계기로 인질 협상과 납치 협상금 지불 문제가 공론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드는 “외국인에 대한 납치와 협상금 지불이 점점 늘고 있다. 이는 대중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 정책결정자들이 행동에 대한 답을 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납치는 알카에다 등 여러 테러조직들의 수익원이다.

더타임스의 조사에 따르면 알카에다 등은 지난 5년 간 납치를 통해 1억25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50여 명의 외국인이 붙잡혔고, 대다수가 정부에 의해 협상금이 지불된 이후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현재 어떤 국적의 기자들이 얼마나 많이 억류돼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8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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