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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 식약처장 “과학적 안전과 국민 정서적 안심간의 괴리…끊임없는 소통이 답이다”
[헤럴드경제=한석희ㆍ이정환 기자]지난해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불거졌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감에 소비자들은 수산물을 외면했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소비자들은 좀체 귀를 열려고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나서서 회를 먹고, 정부 주요 인사들과 국회의원들이 수산물시장을 찾아도 방사능에 대한 우려감은 좀체 가시질 않았다.

추석 선물 세트의 꽃인 굴비 매출은 지난해 추석 때에만 무려 전년동기 대비 28% 고꾸라졌다. 올 들어서도 ‘방사능 공포’는 여전히 우리네 밥상을 짓눌렀다. 올 설 굴비 선물세트 매출 역시 18%나 떨어진 것을 보면 ‘방사능 공포’의 여진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계속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왜? 국민들은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은걸까. 우리나라의 식품안전기준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은 이에대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과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느끼는 안심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끊임없이 반복하는 소통”이라는 나름대로의 처방전도 갖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에서 ’처‘로 승격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초대 처장 정승 처장을 충청북도 오송 식약처 본처에서 만났다. 

충청북도 오송 식약처 청사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과학적 안전과 국민 정서적 안심간의 괴리...끊임없는 소통이 답이다

‘방사능 공포’를 비롯해서 화학조미료 MSG, 인삼염 등 식품첨가물에 대한 공포의 밑바닥에는 식품안전에 대한 ‘불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정 처장은 하지만 이를 ‘불신감’이라고 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는 것하고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느끼는 안심간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가령 식품첨가물 MSG 애기를 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든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 공통된 기준을 갖다 적용하는데도 (국민들은) 문제가 있다고 느낍니다. 과학하고 정서ㆍ심리적인 것하고의 격차문제라고 할 수 있죠”

정 처장의 말을 좀 더 따라가보자.

미국은 MSG 등을 포함한 식품첨가물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조리하는 과정, 먹는 과정에서 생활주변에 있는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식중독에 걸리지 않을까 크게 걱정을 한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에선 L-글루타민산나트륨이 들어 있냐 아니냐가 문제가 된다.

실제 2011년 국제식품정보위원회(International Food Information Council Foundation)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박테리아에 의한 식중독’(50.0%)과 ‘수입식품’(15.0%)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첨가물이 포함된 식품 속 화학물질은 고작 9.3%에 그쳤다. 지난해 식약처가 일반 소비자 및 소비자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는 정반대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 중 34.5%는 식품첨가물을 공공의 적(敵)으로 꼽았다.

과거 중국산 김치 기생충, 멜라민 사건 등을 거치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식품기준을 강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국민들은 여전히 과학적인 식품기준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애기다.

정 처장은 그러면서“ 우리나라 식품위생 수준이 사실 선진국 수준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선진국 중에서도 선진국으로 가자. 킹오브 킹, 퀸 오브 퀸 이런 말도 있잖아요”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왜 정 처장이 진단하는 것처럼 “과학적 안전과 국민 정서적 안심간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정 처장은 이에대해 “그동안에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하는 소통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말한다. 정 처장은 또 “솔직히 ‘지금도 잘하고 있냐?’ 하면 열심하 하려고 하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한 면은 있습니다”고 덧붙인다. 아직 갈 길이 많다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몇 개월 되면 잊어버리는데 잊어버리면 또 소통 해야지. 끊임없이 가서 해주고, 걱정이 된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진단도 해주고 해야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어요. 이슈가 될 때마다, 그리고 이슈가 안될때도 꾸준히 관심이 가도록 해야지요. 꾸준하게 해주는게 중요한 문제죠”

정 처장은 인터뷰 말미에도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하고 심리적인 안전하고 괴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정부는 과학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안전을 담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도 이것을 충분히 인식,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안전, 안심 두개 모두 다 충족되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승 식약처장


■먹거리 갖고 장난치는 것,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시킬 것

정 처장은 지금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전쟁의 포문은 ‘불량식품’에 정조준돼 있다. 지난해 4월엔 ‘불량식품’ 근절을 위해 국무조정실, 식약처 등 30개 기관 합동으로 ‘범정부 불량식품 근절 추진단’도 꾸렸다. 지난해 5월 부터는 강도 높은 범정부 합동 기획 감시도 실시하고 있고, 소비자ㆍ언론 등이 참여하는 ‘불량식품 안 사먹기’ 및 ‘불량식품 안 만들기’ 운동도 전개하는 등 안전한 먹거리 문화 확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조업자나 유통업자도 많으니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더 안심할 수 있도록 하자는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봅니다. 허가받지 않은 것, 첨가해선 안될 성분을 첨가하는 것 이게 진짜 나쁜 것입니다. 시장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할 겁니다”

정 처장이 요즘 불량식품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는 것이 건강기능식품과 건강보조식품이다.

“요즘 걱정되는 것은 건강기능식품도 아닌데, 뭐에 좋다고 해서 만들어서 판매하는 건강보조식품입니다. 정부에서 허가해 준것도 아닙니다. (건강보조식품에) 뭘 섞냐 하면 성(性) 개선물질 같은 걸 첨가해서 팔아요. 이런 것들은 때려 잡아야 합니다. 정말로 일벌백계해야 할 문제입니다”

얼마전 한 지인이 정 처장에게 몸에 좋다며 건강보조식품을 보내 왔다고 한다. 의심쩍어 건강보조식품 성분을 검사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도 성(性) 개선 물질이 들어 있었다.

“(성 개선물질이) 날마다 한 알씩 먹는 양 만큼 들어 있는거예요. 다들 (이런 불법 건강보조식품에) 안빠져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정상적인 의약품을 복용하든지, 일반 식품을 골고루 먹으면 되는데 뭐가 좋다고...”

정 처장은 이의 일환으로 정식으로 허가받은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식약처가 지난달 ‘건강기능식품을 슈머마켓과 자동판매기 등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의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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