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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0여일 농성에도 차별 여전…억울한 영정사진만 늘어났죠”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화문 시위 2년째 박현 소장
“2년간 농성을 했지만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영정사진만 늘어났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박현(39)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서명대 맞은편에 놓인 9개의 영정사진들을 보며 씁쓸히 말했다.

전장연이 ‘장애인 등급제’와‘부양의무제’의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역 지하도에서 천막 농성 벌인지 21일로 2년째를 맞는다. 그러나 박 소장의 말처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정부는 내년까지 종합판정체계 도입을 연구한 뒤 2017년까지 시범사업 등을 거쳐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양의무제는 답보상태다. 부양의무제 폐지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좀처럼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친지 2년째를 맞았다. 전장연의 광화문역 지하도의 천막 농성장.

그 사이 두 명의 장애인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지난 4월 13일 고(故) 송국현 씨가 화마에 숨을 거뒀다. 송 씨는 언어장애 3급, 뇌병변장애 5급의 중복장애인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장애인 등급 3급을 판정 받으며 활동보조인을 지원받지 못해 혼자 지내다 이같은 변을 당했다. 이어 불과 3일 뒤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 고(故) 오지석 씨가 어머니가 집 앞으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나간 사이 인공호흡기에 이상이 생겨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오 씨는 부양자인 어머니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하루 24시간 중 9시간밖에 받지 못했다.

박 소장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가시니, 우리들끼리 농담삼아 ‘저기에 내 사진도 올라갈 수 있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2년간 농성이 이어지다보니 이젠 농성장 생활이 삶의 일부가 돼 버렸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50일에 한 번 꼴로 광화문 역에 나오지만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면 당연한 듯 모든 일정을 비워둔다.

박 소장은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농성장 자체를 지키는 걸 부담스러워 했다”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다들 부담을 느끼기보단 ‘여기가 없어지면 허전할 것 같다’는 얘길 농담삼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장연 활동가들은 하루 빨리 ‘영정사진을 마주하지 않아도 될 날’이 오길 고대하고 있다. 박 소장은 “영정사진을 안 봐도 될 날이 곧 장애인 등급제와 부양 의무제가 해결되는 순간 아니겠나”라면서 “단순히 숫자를 나누는 등급제 폐지, 부양제 폐지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국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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