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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군 중위의 일기장… 4년전 사건의 진실 드러낼까
[헤럴드경제] 2010년 3월 20일. 강원도 화천의 전방부대 인근 야산에서 여군 장교 한 명이 군화 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자살한 여군 장교는 심모 중위. 그의 나이 고작 스물 다섯이었다. 군 헌병대는 수사 결과 ‘남자 친구와의 이성 문제로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묻힐 뻔 했던 사건이 4년만에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심 중위가 근무했던 부대의 직속 상관이 최근 다른 여군 장교를 성희롱한 것이 드러나면서다.

4년만에 공개된 심 중위의 일기장은 사건 무렵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복잡한 심경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심 중위는 자살을 하기 나흘 전인 2010년 3월 16일 오후 자신의 일기장에 “이번 주 토요일(20일)에 두류산에 등산을 가 볼 생각이다. 목청껏 소리질러보고 싶다. 소리지른 만큼 자신감이 무럭무럭 컸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또 “참자. 엄마를 봐서라도 참자”, “춘천 ○○ 부대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래서 장기 복무 연장을 신청하는 이유도 있다”며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당일인 20일 스스로 다짐처럼 목청껏 소리지르고 자신감을 얻고자 등산복을 차려입고 찾아간 산행은 결국 심 중위의 마지막 여정이 됐다.

심 중위의 어머니 강모(56) 씨는 애지중지 키운 딸이 ‘이성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군 헌병대의 수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

심 중위가 휴가 때마다 찾아와 부대 상관인 이모(45) 소령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심 중위의 유서나 다름없는 일기장에는 상관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했다는 게 어머니 강 씨의 주장이다.

특히 심 중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나흘 전 자신의 일기에 ‘(2009년) 8월부터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오르막길은 언제 오는 것인가요’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2009년 8월은 딸이 A 소령으로부터 휴대전화 전원도 꺼둔 채 단둘이 밤을 지새우도록 강요받은 날로 추정된다”며 “이 사실을 나중에 딸이 울면서토로했는데 군 헌병대 조사에서는 모두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이 소령이 심 중위에게 성희롱과 모욕적인 언사를 했는지에 혐의를 두고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육군은 이 소령이 심 중위의 자살에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되면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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