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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유성우처럼 오시는 교황님”
며칠 째 하늘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지난 일요일(10일) 저녁 연중 최고 큰 달인 ‘슈퍼문’이 세상의 어둠을 밝히며 한 주를 열더니, 말 그대로 별들의 잔치인 유성우(流星雨)가 그 뒤를 이었다. 133년에 한번 꼴로 공전하는 ‘스위트프-터틀’이라는 혜성이 남긴 부스러기가 지구로 떨어지면서 생기는 환상적인 우주쑈. 페르세우스자리 쪽에서 날아오는 듯하여 ‘페르세우스 유성우’라고도 한다.

지난 3월 초 경남 진주 일원에 떨어진 ‘별에서 온 그대’인 귀한 운석(隕石)이 세계 도처에 비처럼 내려앉은 셈이다. 별똥별의 군무를 놓치기가 아까웠던지 미항공우주국(NASA)의 마셜우주비행센터는 전 세계에 이를 실시간 중계했다. 우리 시간으로는 동틀 무렵이 절정이어서 기대에 살짝 벗어나긴 했지만 많은 이들이 건강과 행복, 안녕과 화합을 소원으로 빌었을 것이다. 


때마침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카운트다운에 들었다. 14일 도착해 4박5일 동안 우리나라에 머물며 온갖 시름과 편견 그리고 고통을 거두고 대신 희망과 평등과 용기를 유성우처럼 사방각지에 뿌려 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기다림으로 가슴 벅차고 설레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도 모자라 사건사고가 빈발했던 것도, 70년 분단사에 이제 막 화해와 교류·협력의 숨통이 다시 터지려하는 것도, 마침내 고통을 통틀어 들춰내 말끔히 치유하기 위함이었을까.

“성웅 이순신 장군도 버거워할 이 지독한 난세, 교황님까지 힘을 보태려 유성우로 먼 길 재촉해 오신다”는 한 네티즌의 글귀가 유독 두 눈에 든다. 별들의 향연이 길조(吉兆)가 돼 이 땅위에도 하늘처럼 좋은 일들이 벌어지리라 믿는다. 그러나 천우신조(天佑神助)도 결국 하기 나름이다. 낮은 자세와 사랑으로 우리 앞의 일은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게 바로 교황이 바라는 바 아닐까.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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