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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출산’ 그린 홍성담…이번엔 광주 비엔날레 걸개그림 논란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광주 비엔날레 창설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본행사 개막에 앞서 준비했던 특별 전시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의 전시를 유보하면서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하는 등 잇달아 파행을 맞았다.

미술계 일부에서는 정부 눈치를 보는 지자체가 예술작품에 대한 사전 검열을 하면서 불러온 촌극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전시회의 큰 취지에 맞지 않는 작품을 일방적으로 내놓은 작가의 무책임한 ‘표현의 자유’가 빚은 해프닝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광주 북구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014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 개막 행사는 걸개그림 제막 및 축하공연과 환영인사 등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민중미술작가 홍성담(59) 작가의 걸개그림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전시가 보류되면서 행사 차질이 빚어졌다.

이어 전시 파행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이유로 특별 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사퇴를 밝히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홍성담 작가의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은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5ㆍ18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들어올려 아이들을 구조하는 장면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 등장한 박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8일 저녁 “20주년 특별 프로젝트 전시 기획자인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 장경화(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정연심(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미셸 현(캘리포니아대 샌디에고 캠퍼스 미술관 학예원구원) 등 큐레이터 4명이 7~8일 두 차례 거쳐 홍성담 걸개그림 설치 여부와 관련한 회의를 가졌으나 큐레이터 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다”며 작품 설치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교수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오월 전시 유보 결정은 책임 큐레이터의 불참 속에서 강행된 결정”이라고 밝혀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같은 날 언론사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재단 측은 전시 기획에서부터 작가 선정까지 전 과정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 큐레이터들이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설치 여부에 대해 협의해 결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회의 도중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가 회의장을 퇴장하는 바람에 다른 큐레이터들도 회의를 지속할 수 없어 설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유보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은영 광주 비엔날레 재단 전시부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광주 비엔날레는 광주정신을 극명화하는 것보다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화해와 치유가 최대 화두였다. 이는 작품 제작 전 단계에서 홍성담 작가와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 간에 이미 공감대가 있었던 부분”이라면서 “특정 사건을 연상시키는 몽타주가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에 의해서 추상성이 드러나도록 했어야 했는데 완성된 작품이 전시의 큰 방향성과 맞지 않아 큐레이터가 작가에게 수정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홍성담 작가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아이를 낳는 장면을 그린 이른바 ‘박근혜 출산 그림’으로 논란을 빚었던 작가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를 의뢰했던 이 사건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최성남 부장검사)에 의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나 후보자 비방죄로 처벌할 수 있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홍성담 작가는 현재 휴대전화 수신을 정지해 외부와의 연락이 단절된 상태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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