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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앵그리맘] 거리로 나온 주부들 “아이를 안전한 사회에서 키우고 싶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엄마들이 이렇게 화났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앵그리맘’들과 ‘유모차 시위’를 이끌었던 전주영(30ㆍ여) 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두 돌이 채 안된 남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전업 주부 전 씨는 세월호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세월호 뉴스를 보며 남편과 함께 펑펑 울었어요. 아이가 있으니까 감정이입이 되고,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죠.”

여느 엄마들처럼 하염없이 슬퍼만 하던 전 씨는 이내 왠지 모를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참다 못한 전 씨는 인터넷 육아 카페 등에 ‘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는 글을 올렸고, 같은 마음을 가진 수많은 ‘앵그리맘’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

용기를 얻은 그녀는 난생 처음 경찰에 집회 신고를 했고 며칠 뒤 100여명의 ‘뿔난 엄마’들은 유모차를 끌고 강남역에 모였다. 전 씨의 손엔 ‘질책이 아닌 대책을 원한다’는 피켓이 들려 있었고 앵그리맘들은 침묵의 행진을 벌였다.

이어 어린이날인 5월 5일에도 유모차를 끈 200여명의 엄마들이 홍대 앞에 모였다. ‘우리 아가랑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어요’ 라고 쓰인 노란 피켓을 든 그들은 역시 무거운 침묵의 행진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후 서울 뿐 아니라 인천, 안양, 분당, 대전 등 분노한 엄마들의 시위는 전국으로 이어져 나갔다.

앵그리맘 시위를 제안한 전 씨에게 어떤 특별한 과거라도 있을까. 전 씨는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긴적은 없었어요. 아이 낳은 뒤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안하고, 동네 엄마들과 친목모임도 안 가질 정도로 제 개인 할일만 신경쓰던 사람이었죠”라고 고백했다.

무엇이 이 조용했던 엄마를 거리로 나서게 했는지는 그녀가 올린 집회 후기 글에서 엿볼 수 있다. 

주부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이끌었던 한 배경 중 하나였던 세월호 촛불집회의 한 장면.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인재로 인한 이런 참사가 왜 반복될까.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 만든, 병들어버린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까. 지금 내가 조용히 슬퍼만 하고 있다면, 언젠가 나와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도 나서서 말해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유모차를 이끈 시위에 대해 일각에선 ‘아이들을 방패막이 삼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씨는 이에 대해 “어린이집을 아직 안 보내서 아이를 맡길 데도 없었어요. 구호도 없는 평화로운 침묵 시위고 사람들한테 방해되지 않게 아이와 산책하듯이 걸었을 뿐”이라고 했다.

특히 일부 보수 단체는 이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전 씨는 “변호사를 만나 소환장이 오게되면 어떻게 할지 상의까지 했는데 아직까지도 검찰에서 아무 연락이 없다”며 “일종의 ‘쇼’라고 생각해요. 엄마들을 얕봤던거죠. ‘너희 고소했다’ 그러면 지레 겁먹을 줄 알았을까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저런 활동을 하다보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쉽지 않았지만 남편이 큰 힘이 됐다고 전 씨는 전했다. “남편이 집안일도 많이 도와줬어요. 제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많이 지지해줬고 제가 포기하려고 할때도 용기를 줬죠.”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윤일병의 죽음에 대해 이야길 꺼내자 전 씨도 금새 다시 목소리가 커진다.

전 씨는 “제 아이도 남자애고 군대 가야할텐데…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또 시위라도 해야 하나 싶을정도로. 그런데 그것 때문에 세월호가 묻히는건 안돼요. 얼마전 국회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하던 유가족들을 경찰이 밀고 넘어 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기사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 씨는 개인 사정때문에 활동을 더 하지 못하고 일상에 돌아온 자신이 인터뷰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로서 ‘분노’는 여전했다.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바뀌지 않는다 해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말을 마친 앵그리맘 전주영 씨는 마지막까지 기자에게 당부했다.

“세월호 이야기, 잊지 말고 자주 다뤄주세요”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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