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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국내] 드라마속 ‘제국고’ 현실에…재벌家가 세운 고등학교는…
[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제국고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국고 교복은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지난해 명문가 자제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상속자들’ 방영 당시 온라인상에 올라온 질문들이다. 물론 제국고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학교다. 그러나 당시 드라마 팬들은 ‘상속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이렇게 재치 있는 글들로 표현했다. 극중 제국그룹은 대한민국 산업화와 역사를 같이하며 성장한 기업이자 제국재단을 설립해 학교를 운영하는 재벌기업이었다.

현실에 제국고는 없지만 대신 제국고 ‘같은’ 학교들은 있다. 실제로 국내에는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고등학교를 운영에 나선 사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충남삼성고등학교(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 이사장 권오현)

올해 3월 충남 아산에는 삼성그룹이 세운 충남삼성고등학교(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가 문을 열었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토지와 건물 등 240억원을 출연하고 삼성전자가 82억원을 내놓는 등 학교 설립을 위해 계열사 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은 지난 1994년부터 운영해오던 서울의 중동고(학교법인 중동학원)에서 손을 뗐다. 중동고가 자율형 사립고임에도 학생 선발에 통제를 받는 점이 당시 삼성의 철수 배경으로 거론됐다. 

현대중공업-현대청운고(학교법인 현대학원 이사장 민계식, 명예이사장 정몽준)

철수 이후 2년 만에 삼성그룹은 서울을 벗어나 충남에 지금의 충남삼성고 설립을 추진했다. 자율형 사립고인 충남삼성고는 정원의 70%를 삼성그룹 임직원 자녀들 중에서 선발한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교육정보 공시 서비스에 따르면 충남삼성고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936만원(2014년 4월 기준)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학교가 재학생 1명에게 투자하는 비용으로 학교가 학생복지와 학교시설, 각종 교육활동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생전에 학교설립에도 열정적이었다. 현재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학교법인 현대학원은 울산에만 총 5개의 중ㆍ고등학교(현대중, 현대고, 현대청운중, 현대청운고, 현대공업고)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은 지난 2월 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고 대신 명예이사장으로 남아 있다. 현재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이사장직을 수행중이다. 국세청 공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현대미포조선이 6억4700만원을, 현대중공업이 48억5000만원을 재단에 내놓는 등 계열사 차원에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고가 일반 사립고인 반면 현대청운고는 2010년 자사고로 전환했으며 학생 1인당 교육비로 1837만원(2014년 4월 기준)을 투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현대고(학교법인 서울현대학원 이사장 장정자)

서울 강남에도 현대고가 있다. 역시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설립한 학교다. 국세청 공시 자료에는 1985년 재단 설립 당시 정 회장이 16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나와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 소유의 서울현대학원이 운영 중이며 재단 이사장은 장정자 씨다. 장 씨는 정주영 회장의 다섯째 동생 고 정신영 씨의 부인이다. 정 회장은 1962년 신영 씨가 32살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신영 씨 가족을 보살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정자 씨는 지난 1985년부터 30년째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대고는 2011년 자사고로 전환했으며 현재 학생 1인당 교육비로 614만원을 투자(2014년 4월 기준)하고 있다. 한 학년당 400명씩 편성돼 있을 정도로 다른 자사고에 비해 학생수가 많다. 

한화그룹-북일고(학교법인 북일학원 이사장 성하현)

한화그룹의 창업주 고 김종희 회장은 1976년 충남 천안에 북일고(학교법인 북일학원)를 세웠다. 김 회장은 당시 33억4800만원을 출연해 학교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야구 명문으로도 유명한 북일고는 2009년 자사고로 전환했다. 현재 북일고 내에는 일반 학급과 별도로 한 학년마다 국제과가 편성돼 있다. 해외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만으로 구성된 반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484만원(2014년 4월 기준)이다. 김종회 회장 타계 후 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승연 회장은 1997년 천안에 북일여고를 추가로 세워 북일학원은 현재 두 개의 학교를 운영 중이다. 현재 성하현 전 한화국토개발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도 1959년 학교법인 죽호학원을 설립한 후 이듬해 광주광역시에 금호중앙여고를, 1973년엔 금호고를 세웠다. 김창현 전 광주교육대하교 총장이 현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박삼구 회장은 이사로 재직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고(학교법인 죽호학원 이사장 김창현)

최근 1년간 아시아나항공이 10억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10억원을 재단에 기부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690만원(2014년 4월 기준)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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