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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르와 공간의 파괴…젊은 아티스트들의 ‘발칙한 반란’
미술 · 영화 · 음악 결합…갤러리가 한 작품…‘판타스마고리아展’ 17일까지 인사아트센터

‘변방 작가들의 기성 예술계에 대한 반기…‘프린지…’ 15일부터 홍대 · 월드컵경기장



장르간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 예술에서 더 이상 그림은 갤러리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고 갤러리는 그림만 보는 곳이 아니다.

풍요로운 예술 생태계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각각 인사동 갤러리, 홍대 앞 창작공간, 그리고 서울 월드컵경기장 일대에서 장르간 통섭과 공간적 실험을 펼쳐 보인다. 열정과 상상력을 자본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나선 젊은 작가들의 반란이 막바지 여름 관람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예정이다.

판타스마고리아전에 참여한 아티스트 김남표와 마리킴의 작품 . [사진제공=가나아트]

▶뮤지엄을 전복하라…미술ㆍ영화ㆍ음악 결합한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전=화가, 영화감독, 뮤지션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예술적 영감을 주고 받으며 미술, 영화, 음악의 결합을 통해 갤러리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가 김남표(44)와 마리킴(37), 독립영화 감독 민병훈(45), 그리고 뮤지션 휴키이쓰와 위아더나잇이 참여했다.

목탄으로 그린 이미지에 인조 모피와 같은 낯선 오브제를 콜라주하는 방식으로 초현실적인 풍경을 그려온 김남표는 이번 전시에서 ‘즉각적인 풍경-양성’(Instant landscape-Androgyny) 시리즈를 처음 공개한다. 판타스마고리아의 원뜻은 ‘환등,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다.

눈 큰 소녀 그림으로 유명한 마리킴은 네온라이트를 입혀 전작보다 더욱 형형색색 강렬해진 색감과 자유분방한 그래피티 스타일의 ‘펑키’한 신작들을 선보였다. 아이돌 그룹 2NE1의 앨범 재킷으로도 유명한 팝아티스트 마리킴은 페리페라, 코치, 푸마 등 상업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 이미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펼쳐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김남표와 마리킴은 근작 및 신작들을 공개하는 한편 민병훈 감독의 15분짜리 단편 영화 두 편에 각각 배우로 직접 출연했다. 영화 ‘벌이 날다(1998)’로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등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민병훈 감독은 작가와 그의 작업과정을 ‘대사’없는 영화적 어법으로 풀어냈다.

감독이 직접 “내 영화를 보면서 졸아도 괜찮다”고 말했다는 이 영화는 회화에서 영감을 받고 회화를 위해 스스로 회화적이 된 작품이다. 내러티브가 생략돼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역시 낯선 예술적 경험의 자극제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음악이다. ‘아시아의 존메이어’로 불리는 휴키이쓰(Hugh Keice)와 홍대 인디신의 떠오르는 프로듀서그룹 ‘위아더나잇’이 갤러리의 밤을 음악으로 채울 예정이다. 매주 목, 금, 토요일 밤 7시부터 ‘힛더뮤지엄(Hit the Museum)’이라는 타이틀로 라이브 콘서트가 열린다. 다른 예술 장르와의 교감을 통해 ‘선택’된 음악들은 매일 밤 다른 형태로 믹싱되고 변주되면서 ‘점잖은’ 인사동 갤러리를 라운지 클럽으로 바꿔놓을 예정이다.

김남표 작가는 “앞으로 미술은 여러 형태로 더 많이 변화해서 대중과 친숙해져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전시가 그동안 대안공간이나 문예진흥원 기금을 받아 가능했다면 이번에는 상업갤러리에서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갖는 상징성이 있다”면서 전시의 의미를 밝혔다.

판타스마고리아전은 17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프로듀서 그룹‘ 위아더나잇’은 매주 목, 금, 토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힛 더 뮤지엄’이라는 주제로 갤러리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 [사진제공=가나아트]

▶더이상 체념은 없다…‘절대반역’ 기치 내건 ‘서울 프린지페스티벌(Seoul Fringe Festival)’=판타스마고리아전이 메이저 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실험이라면 프린지페스티벌은 독립적인 예술가들의 보다 도전적이고 ‘전복적’인 실험의 무대다.

기성 예술에 대한 반기를 들며 ‘언더그라운드 문화반란’을 자처했던 프린지는 올해 17회를 맞으며 타이틀 자체를 아예 ‘17세 절대반역’으로 내걸었다.

‘변방’의 젊은 예술가 그룹이 예술장르의 도식적 보수성에 대한 반발, 지나치게 상업화한 홍대라는 공간에 대한 반기를 들고 ‘반역’을 꾀했다.

자유참가제도에 기반한 예술가 그룹 89팀의 무대는 홍대를 넘어 서울 월드컵경기장 일대로 확장됐다. 이들의 예술 영역 또한 음악, 회화, 무용, 퍼포먼스 등 장르간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회화작가 김이령, 박민선은 미술을 기반으로 퍼포먼스를 펼친다. 스페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Velázquez, 1599~1660)의 걸작인 ‘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에서 모티브를 얻어 현실세계의 가식과 위선을 풍자하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림속의 러시아 왕녀, 하녀, 강아지가 퍼포먼스 무대에 등장한다.

뮤지션과 무용단의 협업 퍼포먼스도 주목할 만하다. 인디 뮤지션 ‘잭설’과 현대무용단 ‘컴파니바람’은 ‘사랑 너는 바람을 타고’라는 타이틀로 거리 공연을 펼친다. ‘언엔딩’의 작품 ‘어디쯤 계신가요’ 또한 미디어아티스트의 영상과 무용이 결합된 무대다.

이 밖에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펼쳐질 ‘예술장돌뱅이’와 ‘도토리’의 관객참여형 공연이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를 배경으로 월드컵경기장 모서리 계단이라는 공간을 실험적 무대로 한 ‘그럴싸한 복합체’의 신체극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축제는 15일부터 30일까지 계속된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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