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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을 원님’ 식 군 사법체계 수술대에 올려야
여야가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위’를 구성하기로 7일 합의했다. 앞서 국방부도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를 출범시켰다. 병영문화를 혁신하는 것과 더불어 차제에 강도높게 추진해야 할 게 군 사법 체계 개편이다.

군에도 헌병대(경찰) 군검찰 군사법원으로 이어지는 수사ㆍ재판구조가 있지만 모든 단계를 지휘관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사단장ㆍ군단장들은 자신이 통솔하는 부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승진 누락ㆍ징계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은폐ㆍ축소ㆍ무마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윤 일병 사건에서도 그런 은폐ㆍ축소 시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국회 국감 자료를 보면 군 당국은 구타ㆍ가혹 행위로 형사 입건된 1587건(2011년) 가운데 66.2%인 1051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기소된 사건 가운데서도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로 풀어준 경우가 30%를 넘었다. 부대 내 구타ㆍ가혹 행위가 적발돼도 상당수가 솜방망이 처벌로 어물쩍 넘어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가혹 행위를 당한 병사들이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거나 총을 겨누는 사고가 빈발했다.

군 검찰은 기소권을 행사할 때 내부적으로 사단장의 결재를 거치도록 하는 ‘위임 규정’을 따르도록 돼 있다. 사실상 기소권이 군 사단장에게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군사법원은 일반 장교가 재판장을 맡는 경우가 많아 법적 전문성과 재판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지휘관이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형량을 마음대로 깎아줄 수 있는 ‘확인조치권’이라는 초법적 권한을 보유한 점도 전근대적이다. 실제 지난해만 33명이 이런 ‘고을 원님식’ 사면권의 혜택을 받았다. 군 범죄의 대부분이 폭행, 성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들인데도 군사법원에서 다뤄지는 것도 부적절하다. 지난해 군인 관련 사건 7530건 가운데 70% 가량이 형사사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사법개혁은 지난 노무현정부 때인 17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지만 군 수뇌부의 강한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 군이 기득권을 주장하는 사이 병영은 인권의 사각지대로 황폐화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두지 않고 민간검찰과 법원에 맡긴다. 우리도 순수 군 범죄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은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개혁이 어렵다면 군사법원과 군 검찰의 소속을 각급 부대에서 국방부로 일원화하는 등 독립성을 크게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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