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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판 ‘킬링필드’…아기까지 참수 ‘제노사이드’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이라크 북부 신자르 지역에 ‘킬링필드’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를 장악한 수니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점령지에서 비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무차별 ‘제노사이드’(대학살)를 자행하고 있다. IS를 피해 산속으로 숨어든 기독교인과 소수종교인 수만명은 음식과 물을 구하지 못해 아사 위기에 처했다.

▶“IS, 기독교 제노사이드”=IS가 점령지에서 기독교인들을 제노사이드 수준으로 박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내 이라크 기독교인 단체 ‘칼딘 아메리칸’의 마크 아라보 대표는 “모든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IS가 ‘홀로코스트’를 벌이고 있다”면서 “이는 기독교 제노사이드”라고 주장했다.

그는 “매일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면서 “아이들은 참수를 당하고, 어머니는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다. 아버지는 교수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수한 아이들의 머리를 막대에 올려놓고 이를 공원에 둔다”면서 이를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참수형이 ‘체계적으로’(systematically)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라보는 또 “(기독교인)아내와 딸을 납치해 자신의 아내로 삼는다”면서 “(이슬람교로)개종시키거나 죽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6일 CNN 앵커 조너선 맨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국가(IS)의 기독교 박해에 대해 전한 ‘칼딘 아메리칸’ 대표 마크 아라보 [자료=CNN 방송 캡쳐]

이에 따라 IS가 점령한 이라크 2대 도시 모술에서는 “기독교인 95%가 피란했지만, 남아있는 5%는 개종했다”면서 “기독교 신자의 집 문에는 따로 표식을 해둔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것이 “사라지지 않는 살아 있는 악몽”이라며 “국제 사회가 이 같은 비극을 보고도 모른 척해선 안 된다”고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한편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때 150만명에 달했던 이라크 내 기독교 인구는 2003년 미국 침공 이후 수니파 무장단체의 테러공격이 급증하면서 50~7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 기독교 측은 이라크에서 기독교가 ‘절멸 위기’라고 우려하고 있다.

▶산속 피신 ‘예지디’, 고립무원=이라크 북부 신자르에선 소수종교인 예지디 신자 4만여명이 IS를 피해 인근 산악지대에 피신했지만, 식량과 생필품 없이 철저히 고립된 상황이다. 민둥산이나 다름없는 신자르산에서 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다 모두 목숨을 잃을 위기라고 6일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예지디교는 조로아스터교에서 파생된 소수종교다. 이슬람교는 예지디 신자가 믿는 ‘공작 천사’(멜렉 타우스)를 ‘사탄’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악마 숭배자’로 간주하고 있다.

이라크 소수종교 예지디가 믿는 ‘공작 천사’(멜렉 타우스)의 모습 [자료=위키피디아]
지난 주말 IS가 신자르와 주마르 등 북부 도시를 손에 넣자, IS의 박해를 두려워한 예지디교도와 기독교인, 시아파 신자들이 대거 산속에 피신한 것이다. 신자르엔 예지디교도 30만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현재 신자르 산악지대에 몸을 피한 4만여명의 사람들 중 어린이는 2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가운데 40여명의 어린이는 고열과 탈수로 숨을 거뒀다.

이곳 일대는 불모의 산악지역으로 물과 식량을 구하기 어렵다. 이라크군이 헬리콥터를 띄워 생필품을 산속에 지급했지만, 4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IS가 산 아래를 둘러싸고 있어 사람들은 하산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수백명의 사람들이 IS에 의해 살해되거나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의 도나텔라 로베라 수석자문관은 “산속에 갇힌 민간인들은 살해ㆍ납치 위협 뿐 아니라 식수ㆍ식량ㆍ의료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제사회가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제노사이드(genocide)=종교나 인종 대립을 이유로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여 절멸시키려는 행위. 인종을 뜻하는 그리스어 ‘genos’와 살인을 나타내는 ‘cide’를 합친 용어다.

1944년 법률학자인 라파엘 렘킨(Rafael Lemkin)이 국제법에서 집단 학살을 범죄 행위로 규정할 것을 제안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제노사이드를 공식적으로 처음 범죄로 인정한 것은 1945년 2차 대전 직후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의 전범을 기소할 때였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코소보의 인종청소 등도 제노사이드 범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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