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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 1년, 김기춘 “알고 보면 부드럽지 않은 남자 어디 있습니까”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김기춘 실장이 굳은 얼굴로 한 참모진에게 “할 말 없어요?”라고 물었다. 이 참모는 ‘무슨 소린가’하고 어리둥절했다. 김 실장은 또 한 번 “할 말 없나요? 없어요?”라고 다그치듯 질문했다. 이 참모는 그제서야 “아, 취임 1년을 축하드립니다”라고 했고, 순간 경직됐던 수석들은 파안대소하며 김 실장에게 축하 박수를 쳤다.

이 참모는 “지난 4일에 실장께 취임 1주년을 축하한다고 했더니, 실장께서 ‘8월 6일에 임명장을 받았으니 축하는 그 때 다시 한 번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실장께서 그 걸 기억하고 농담 삼아 나한테 ‘할 말 없어요’라고 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한 언론에서 자신을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라고 평가한 데 대해선 “알고 보면 부드럽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습니까”라며 평소와 다름없이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지난해 8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숱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그래서 김 실장은 ‘부적절한 인사‘나 ‘불통’이 도마 위에 오를때 마다 여의도 정가로부터 교체 대상 1순위로 꼽혔었다. 최근에는 여권에서 비서실장 교체설과함께 후임자의 실명과 교체시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의 김 실장에 대한 평가는 영 딴 판이다. 업무처리가 치밀하고, 사심없이 일해 ‘롱런’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한 청와대 참모는 김 실장에 대해 “머리는 20대처럼 돌아가고, 70대의 역량과 경험을 갖춘 분”이라며 “내가 VIP(대통령)라면 구하기 어려운 이런 분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실장의 최대 장점은 정치 사회 전 분야를 두루 섭렵한 데서 나오는 혜안과 보수주의에 대한 믿음이 꼽힌다고 한다.

수석들이 하는 국정 관련 보고도 ‘길목’을 다 알고 있어 문제를 푸는 법을 적확하게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실장이 한 관료를 전화로 꾸짖는 것을 우연히 곁에서 듣게 됐는데 놀랐다.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지만 논점을 찔러서 (최악의 경우) 어떤 조처를 취하겠다고 추상같이 말하는 스타일이어서 오금이 저렸다”고 했다.

참모들은 김 실장의 유머감각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타인을 웃기는 법’에선 아마츄어 이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남을 웃길 때 먼저 웃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김 실장은 유머를 할 때 얼굴표정이 반듯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웃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전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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