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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 끝-시장 파장’ 제습기, 재고 절반이나 쌓인 이유 왜?
2009년 4만대→지난해 130만대→올해 130만대 예상…‘제로 성장’
올해 시장 2배 성장 250만대 팔릴 것으로 예상한 가전업계에 타격
에어컨과 혼동 마케팅ㆍ한국인 생활 방식ㆍ마른 장마 등 원인으로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장마철이 대목인 제습기 시장이 올해는 마른 장마에 울었다. 업계에서는 적은 강우량외에도 에어컨과 혼동시킨 마케팅, 한국인의 생활 방식에 대한 파악 부족 등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7일 제습기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습기 판매량은 지난해 수준인 130만대, 많아야 15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4만대로 시작, 4년간 무려 시장 규모가 32.5배나 성장하며 지난해 130만대(이상 업계 추산)나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제로(0) 성장’이다. 업체들은 올해 제습기 판매량을 전년의 2배 가까운 250만대로 예상하고, 예년보다 일찍 봄부터 생산라인을 가동해 왔다. 하지만 판매 부진으로 아직도 절반 가까이 재고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절적 요인은 마른 장마다. 올해 장마는 시작도 늦었고 비도 적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특히 중부지방은 지난 7월 3일에야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 기간중 중부지방에서 측정된 강수량은 평균 134.4㎜로, 평년(지난 30년) 장마 기간 강수량(366.4㎜)의 36.7%에 불과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장마 때 비가 많이 안 오면서 장마철 습기 제거용으로 인식된 제습기가 판매에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최근 수년간 급성장에 자만해 제습기 시장을 너무 만만하게 본 마케팅 전략도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제습기를 에어컨처럼 착각하게 만든 마케팅이 문제였다. 업체들은 제습기를 홍보하면서 ‘쾌적하다’ 등의 표현을 자주 썼는데, 이에 소비자들이 시원함으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제습기는 에어컨처럼 컴프레서(압축기)를 사용해 냉매를 압축해 팽창시켜 공기 속 수분을 흡수해 액체로 바꾸지만, 실외기가 한 몸에 붙어 있어 이른바 ‘더운 바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에어컨 대용품으로 알고 구매했다 놀란 소비자들이 많았다. 토출 공기 온도를 낮췄지만 그것으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부족했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업체들이 제습기 사용자들의 불만사항인 소음이나 ‘더운 바람’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리지 않아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생활 구조에 맞는 맞춤형 제습기도 없었다. 땅이 넓고 주택이 많은 북미 지역에서는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이나 세탁기를 놓는 창고나 지하실에 제습기를 설치하고 1년 내내 틀어 놓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은 제습기를 거실 같은 실내에 두는 경우가 보통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장마철 문을 닫고 제습기를 트는 경우가 많은데 더운 공기 때문에 오히려 더워졌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한국형 제습기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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