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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다름’과 ‘틀림’ 사이…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고…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다름’과 ‘틀림’이 혼용되고 있다.

뭐 대단한 거라고, 다름과 틀림을 구분해야 하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르다와 틀리다는 분명 다른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사용되고 있다.

국어사전에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로 정의해 놨다. ‘틀리다’에 대해선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고 해놨다.

다르다와 틀리다가 비슷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다르다와 틀리다가 갖고 있는 가치다.

학력고사는 1993년 마지막으로 시행된 후 폐지됐다. 이후 1994년부터는 소위 ‘수능’이 실시됐다. 학력고사는 맞고 틀린 것을 골라 4개의 문항 중 정답만을 골라 내야 했다. OㆍX만이 있었다.

너 아니면 나, 소유 아니면 빼앗김, 흑(黑)아니면 백(白) 등 이분법적인 사고를 요구했다.

그래서 소위 4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다르다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다. 대부분이 틀리다로 표현한다.

그러나 점점 맞고 틀리고, OㆍX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변하고 있다. 수능세대는 다른 점을 고르는 문제에 익숙하다.

다변화되고, 다양성을 띠고 있다는 의미다.

한민족이었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다(多)문화 국가가 됐다.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결혼할 때 쯤이면 소위 한국인이 아닌 다른 인종과 결혼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안전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4년 지방자치단체와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157만 명에 달한다.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장기체류 외국인, 귀화자, 결혼이민자, 외국인 주민 자녀 등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3.1%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는 대전이나 광주 시민보다 많다고 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아직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않으며 잠재 의식 속에 “나는 너와 틀려”라고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

순혈통주의만 강조하고,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하며 다른 것ㆍ남의 것은 배제하기도 한다.

단순히 말 버릇에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다행이다.

문제는 잠재의식 속에 다름과 틀림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국제적 이슈로 부각된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습격을 보면 이 다름과 틀림을 구분 못하는 인간들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유대인들의 선민의식은 다른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들 유대인들과는 전혀 틀린, 겨우(?) 난민에 불과하다며 무차별 학살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틀리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고방식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고,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로 이해하면 서로 화해하고, 소통하고, 풀어나갈 수 있지만, 틀리다고 해 버리면 등을 돌려 버릴 수밖에 없다.

장애가 있는 것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동성(同性)을 사랑하는 것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얼굴 색이 검은 것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 다르다와 틀리다가 혼돈되면서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틀렸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그건 “다른 거죠!”라고 조언해 주면 어떨까.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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