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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의 푸틴’ 에르도안, 22년 장기집권 성공할까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터키 역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측 에크멜레딘 이사노글루(70) 후보가 여당 후보로 나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총리와 맞서며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에르도안 총리는 강력한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면서 반정부 시위를 강경진압하는 등 민심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달리, 이사노글루 후보는 세속주의 편에 서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이슬람국가들 및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함께 다소 온건한 색깔을 내세우고 있어 에르도안 총리와 비교되고 있다.

오는 10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둔 가운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일 온화한 외교관이자 학자 출신의 이사노글루 후보가 스스로를 터키 내부 정치적 위기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위험을 헤쳐나갈 인물로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르도안 총리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2003년부터 선거에서 단 한차례도 패배한 적이 없는 말 그대로 ‘선거 기계’다. 4년 임기 총선에서 3선 연임에 성공해 더이상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자 차선책으로 5년 중임제의 대통령 자리에 오르겠다는 것이지만, 이사노글루 후보가 이를 저지하고자 나섰다.

FT에 따르면 이사노글루 후보는 종종 에르도안 총리가 추구하는 대통령 권한 강화 등을 비판하며 “뭔가 다르지만 이는 민주주의가 아닌”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첫 직선 대통령인만큼 중립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그를 ‘순진한 정치인’으로 묘사하며 대통령직은 생각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두 야당인 세속주의 공화인민당(CHP)과 민족주의행동당(NMP) 통합후보로 나섰다. 이슬람 학자 출신의 그는 세속주의 지지자들의 성원으로 대선에 출마하게 됐다.

이사노글루 후보는 지난 9년 동안 이슬람협력기구(OIC)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임기 동안 그는 세계와 이슬람의 관계를 원만히 만드는데 목소리를 냈고 지난해엔 종교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얀마 현지의 무슬림들을 찾아 이들을 달래기도 했다.
이사노글루 후보

하지만 그의 최대 약점은 인지도 문제다. 선거운동을 위해 비행기, 버스를 타고 일일이 유권자들을 만나야 하는 반면, 에르도안 총리는 TV방송을 통해 쉽게 노출되고 10년 이상 터키 정부를 이끌었다. 에르도안 총리는 ‘선거운동의 천재’로 불릴 정도지만 이사노글루 후보는 그렇지 않다.

에르도안 총리를 꺾기 위해서는 24일 있을 2차 투표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노글루 후보는 세속주의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나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선 지지도가 낮은 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부분 역시 에르도안 총리에 비해 결점으로 꼽히고 있다.

대신 그는 현 정권의 외교적 문제들을 지적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터키는 이스라엘, 이라크,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포함한 중동 각국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 서방 동맹국들과의 관계도 냉각되고 있다.

그는 FT에 “터키는 더 나은 외교 정책이 필요하고 세계도 터키의 더 나은 외교정책을 필요로 한다”며 “세계와 우리의 관계는 상호 존중과 상호 이익에 기반하지 사상적 편견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에르도안 총리는 이사노글루 후보가 진정한 터키인이 아니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실제로 이사노글루 후보는 이집트에서 태어나 교육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세속주의 터키공화국을 설립한 인물이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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