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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알지도 못하는데…내 명의 휴대폰이 5대?
명의도용 대포폰 수백대 판 일당 검거
70대인 A 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랜만에 은행에 들러 통장 정리를 해봤는데 계좌에서 알지도 못하는 5대의 휴대폰 요금이 매달 빠져 나가고 있었던 것.

또 다른 피해자 B(64ㆍ여) 씨는 구청으로부터 불법 현수막을 단 과태료 500만원을 내라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B 씨는 전혀 알지 못하는 광고 현수막이었지만 그곳에 쓰인 휴대폰 번호가 자신의 명의로 돼있던 것. 통장을 확인해보니 B 씨도 영문 모르는 2대의 휴대폰 요금을 매달 내고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60~70대 노인들만 골라 이들의 개인정보로 신분증을 위조하고 이들 몰래 고가의 스마트폰을 개통시켜 팔아 넘긴 지능적 일당을 검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휴대폰 텔레마케터 출신의 총책 C(31ㆍ여) 씨 등 2명을 위조 신분증으로 개통한 450대의 휴대폰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ㆍ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로 구속하고, 신분증 위조책과 휴대폰 판매 브로커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 씨 등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송파, 경기 의정부, 광주 등지에서 한두달 마다 옮겨다니는 ‘떴다방’식 가짜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며 위조된 가짜 신분증을 이용 스마트폰 450대를 개통한 후 처분해 4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총책 C 씨를 포함한 일당 4명은 휴대폰 텔레마케터로 함께 일을 했던 사이로 휴대폰 개통시 통신사의 본인인증 과정의 허점 등 개통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가짜 휴대폰 대리점을 열고 신분증 위조책 D(43) 씨로부터 150개의 위조 신분증을 개당 30~40만원에 구입했다. 위조 신분증은 60~70대 노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증 발급일자 등 유출된 개인정보에 인터넷에서 찾은 비슷한 나이대의 사진을 합성해 컬러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위조 신분증 등 개인정보를 입수한 C 씨 등은 실제 명의자인 피해자들에게 휴대폰 대리점인 것처럼 전화를 걸어 기존에 가입했던 휴대폰 가입비 등을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들의 계좌번호를 알아내 요금 청구계좌로 쓰며 개통을 완료했다.

특히 통신사들이 주민등록번호와 발급일자를 대조해 신분증의 정상 여부를 확인하는 ‘1382 전화ARS서비스’는 신분증을 소지한 사람이 명의자 본인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허점을 이들이 이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로 의심을 사지 않도록 사람이 살지 않는 임야나 PC방 같은 곳을 요금 청구지로 지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결과 C 씨 등은 이렇게 개통한 고가의 스마트폰 450대를 장물 판매브로커 E(42) 씨 등에게 팔아 넘겼고, 이들은 이 스마트폰을 절반은 공기계로, 절반은 대포폰으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특히 대포폰으로 판매된 휴대폰이 다양한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며 “노인들은 자신의 통장에서 알 수 없는 휴대폰 요금이 빠져나가는지 주의깊게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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